[부산/경남]동서남북/눈총받는 극동건설 본사 재이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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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사를 슬그머니 충남 공주시로 이전한 극동건설에 대한 울산지역의 시선이 곱지 않다. 웅진그룹 계열인 이 회사는 경부고속도로와 서울 무역센터, 아산만 방조제, 대구월드컵경기장 등을 건설했다. 올해 토목, 건설부문 시공능력은 전국 34위.

1947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05년 4월 본사를 서울에서 울산으로 옮겼다. 아무 연고가 없는 곳으로 본거지를 옮긴 데 대해 당시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울산 경제계는 “기업 유치 성공사례이자 지역 건설사 동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며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울산 남구 달동 본사 사무실 상주 직원은 10명 안팎에 불과했다. 실질적으로는 법인 등기부등본상 이전이었다. 얼마 뒤 극동은 울산 신항만 건설 공사 입찰에 실패했고, ‘울산 본사’ 규모를 더욱 줄였다. 그러던 극동은 지난달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웅진그룹 계열사가 몰려 있는 공주로 본사를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에 들어온 지 4년여 만이다.

극동은 “우리 회사는 충남 지역 업체로서 앞으로 공사 수주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충남 연기군에 건설되는 세종시와 관련한 공사에 마음을 두고 본사를 이전했음을 공식화한 셈.

극동은 울산으로 본사를 옮길 때와 마찬가지로 떠나면서도 울산시 등에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특히 본사 이전을 결의한 지 한 달이 흐른 1일 현재까지도 홈페이지에 본사 주소를 ‘서울 중구 충무로 극동빌딩’으로 적어놓았다. 이윤 추구는 기업의 목표다. 이를 위해 본사 소재지를 선택하는 것 역시 기업 몫이다. 그러나 기업 이익에 몰두해 서류상 본사만 이리저리 바꾼다면 ‘한국 대표 건설업체’라고 자부하기는 어렵다. 자칫 ‘보따리장수’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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