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의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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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종이를 물속에 넣었다 빼니 100달러짜리 지폐로 변하는 거 아닙니까?"

무역업자 배모 씨(50)는 3일 서울 광진구 A호텔 객실에서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사업차 알게 된 라이베리아 출신 사업가 아남 하사닌 씨(37)가 지폐 크기의 검은 종이 20여장을 물에 넣자 100달러 지폐로 변한 것. 하사닌 씨는 "라이베리아 내전 당시 미국이 무기를 구입하라며 500만 달러(58억원)와 500만 파운드(97억원)를 지원했는데 라이베리아 국립은행 총재를 지낸 지인이 이를 빼돌렸다"며 "돈을 약품처리 해 검은 종이로 바꾼 뒤 외교행낭을 이용해 한국으로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블랙머니를 본래 달러와 파운드로 변환할 아파트를 제공하고 9000달러(1200만원)만 투자하면 10%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배 씨는 솔깃하면서도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호텔에서 작업을 진행하면 내가 숙박비를 주겠다. 내일 만나자"고 답한 뒤 하사닌 씨와 일단 헤어졌다. 배 씨는 4일 하사닌 씨와 만나기로 한 호텔로 향하며 서울 성동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날 하사닌 씨 등 라이베리아인 3명을 체포하고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조사 결과 블랙머니의 실체는 100달러 지폐를 요오드팅크에 담가 검게 만든 것이었다. 이를 티오황산나트륨을 희석한 물에 넣으면 검은색이 빠지게 된다. 하사닌 씨 등은 블랙머니만 수십 장 갖고 있었을 뿐 거액의 외화는 갖고 있지 않았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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