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가을은 그 숲길에도 숨어 있었네!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6일 06시 30분


코멘트

■ 쉬엄쉬엄 걸으며 즐기는 인천의 낭만길

바쁜 일상에 쫓기는 시민들은 깊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 설악산과 지리산에서 날아오는 단풍 소식은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굳이 많은 시간을 들여 멀리 가지 않아도 가을 풍광에 푹 젖을 수 있는 곳이 인천에 있다. 이번 주말 쉬엄쉬엄 걸으며 가을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인천의 숲길을 찾는 건 어떨까.

○ 유적을 보며 가을을 만나는 강화

인천 강화군이 최근 새롭게 선보인 ‘심도역사문화길’은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걷기 코스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다음(www.daum.net)에 ‘강화나들길’이란 이름으로 인터넷 카페가 생겼을 정도로 인기다. 강화산성에서 해안가의 53개 돈대(墩臺·변방의 요지에 총구를 설치하고 봉수시설을 갖춘 방위시설)를 잇는 탐방로와 고려왕릉이 있는 진강산 둘레길 등 55km 구간으로 1, 2코스로 나뉜다. 1코스는 성공회강화성당∼고려궁지∼강화산성 북문대산리길∼연미정∼강화역사관∼용진진∼용당돈대∼광성보∼초지진을 돌아보는 30km 구간. 2코스는 온수사거리∼전등사∼삼랑성∼온수동길∼이규보묘∼곤릉∼석릉∼가릉∼정재두묘∼이건창묘∼건평나루∼망양돈대∼외포리터미널을 둘러보는 22km 구간이다.

가볍게 2∼3시간 걷기를 원한다면 강화군 강화읍 인근에 위치한 북문 고갯길을 찾으면 된다. 고려왕의 피란지였던 고려궁 돌담을 끼고 오르는 900여 m의 고갯길에서 가장 가을다운 가을을 느낄 수 있다. 고려궁을 뒤로하고 끝까지 오르면 ‘진송루’라는 현판이 걸린 북문이 나온다. 성문 양쪽에는 단풍나무들이 자태를 뽐낸다. 성문을 지나 성밖 마을로 나서면 은행나무 수십 그루가 서 있다. 땅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은행잎으로 온통 노란빛이다.

○ 은행나무가 있는 남동구 만의골

남동구 장수동 만의골 은행나무는 높이 약 35m, 둘레 8m로 수령이 800년이나 되는 거목. 만의골 은행나무는 많은 나이에도 확실하게 사계절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주민 이형주 씨(46·인천 남동구 만수동)는 “주말마다 이 나무를 만나는데 여름에는 넉넉한 해가림을, 가을에는 색다른 정취를 느끼게 해 준다”고 말했다. 5개의 큰 가지에서 뻗은 수백 개의 곁가지를 품고 있는 이 은행나무는 마치 작은 숲을 이뤄 노란 빛깔로 온 동네를 물들인다. 인근 운현동 입구에서 200m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소래산 기슭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오르면 김재로(金在魯·1682∼1759·조선 후기 문신)의 묘가 나온다. 이 묘를 품고 있는 소래산은 남동구와 경기 시흥시에 걸쳐 있는데 완만하면서도 급한 경사가 적절히 섞여 있어 걷기 코스로 제격이다.

○ 자유공원의 숲길과 월미산 순환산책길

인천 중구 자유공원 밑에 있는 제물포고 뒷담 길에서 한미수교100주년기념탑 쪽으로 걷다 보면 형형색색의 단풍을 만나게 된다. 인천항을 내려다보며 산보하는 순환 산책길은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공원(1897년 조성)이란 수식어가 붙은 자유공원은 최근 인천 중구가 이 일대 주변 도로를 일반 통행길로 만들고 바닥포장을 다시하면서 걷기 코스가 새롭게 단장을 했다.

몇 해 전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월미산 순환 산책길도 반세기 동안 군부대가 위치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덕분에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월미공원 입구에서부터 순환 산책로를 따라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산책로를 따라 쉬엄쉬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닿아 인천 외항(外港)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인천항의 풍광도 아름답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