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수가, 원가에도 못미쳐” vs “병의원 경영수지 계속 흑자”

  • 동아일보

의협-건보 수가 협상 3년째 결렬
의협 4.9% -건보 1.2~2.7% 제시

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병원협회와의 수가(酬價) 협상이 결렬됐다. 공단은 지난달 19일까지 7개 의약단체와 수가협상을 벌인 결과 의협과 병협을 제외한 치과의사협회, 약사회 등 5개 의약단체와 계약을 했다. 수가는 의사에게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보수다. 양측이 매년 수가를 새로 정해 계약을 한다. 자율 계약에 실패하면 의협·병협은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의협은 2006년부터 유형별 계약제(1개 의약단체가 아닌 다수 의약단체와 개별 협상을 하는 것)가 도입된 이후 3년째 자율 계약에 실패했다. 건보공단과 의협이 주장하는 수가 인상률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건보공단은 병원 1.2%, 의원 2.7%의 인상률을 제시했지만 의협은 4.9%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는 의협과 병협이 ‘수가계약제도 개선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수가계약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반발 강도가 예년과 다르다. 좌훈정 의협 대변인은 “동네의원, 중소병원이 줄도산을 하는데도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가 인상률을 강요하고 있다”며 “건보공단에서 제시한 수가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 등 일방적인 노예 계약이다”라고 주장했다. 의협과 병협은 수가가 원가의 70% 수준이라며 의료 수가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건보공단은 병의원이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해서 경영수지 전반을 보면 이익을 내고 있다고 반박한다. 건보공단 측은 “의협·병협의 요구가 지나치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주어진 재정범위 내에서 최대한 노력했다”는 쪽이다.

앞으로 건보공단과 의협·병협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의료비도 증가해 보험재정 건전성은 계속 나빠진다.

건보공단은 진료 횟수별로 급여를 지급하는 ‘행위 수가제’가 아닌 인구수나 경제성장률에 비례해 사전에 지불 한도를 정해놓는 ‘총액 수가제’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 의료 시장이 개방되면 의료기관의 영리 추구 욕구는 점차 거세질 것이다. 의협이 당연지정제(모든 의료기관이 건보공단 1곳과만 보험 계약을 하는 것)를 폐지하고 다보험자 도입을 줄기차게 거론하는 배경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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