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뛰는 신종플루, 성장률까지 갉아먹기 시작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8일 20시 03분



최근 휴가를 사이판으로 다녀온 김재인 씨(32·서울 용산구 한남동)는 출국 비행기 안에서부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비행기 안이 텅텅 비었을 뿐만 아니라 현지 리조트 호텔은 적막감이 들 정도로 한산했다.
신종 플루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여행업계는 예약취소 고객이 속출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고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등을 가족으로 둔 소비자들이 공공장소는 되도록 가지 않으려고 하면서 학원, 음식 숙박업, 영화관 등 주로 서비스업종이 타격을 받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교육서비스업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 감소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분기(-0.3%)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교육서비스업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한 뒤 올해 1분기 1.5%, 2분기 1.0% 등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나홀로 강세'를 보인 부문이다.
교육서비스 부문이 3분기에 갑자기 침체된 데는 '학파라치' 도입 등 정부의 사교육 규제 효과가 컸지만 신종 플루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신종 플루의 영향의 폭을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기피함에 따라 학원을 비롯해 음식숙박업, 여행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3분기 보건 및 사회복지 GDP는 전년 동기 대비 8.8%나 급등했다. 서비스업 전체 가 1년 동안 0.8%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보건 부문이 가장 빠른 속도로 급성장한 것이다. 병원을 찾거나 신종플루 관련 예방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신종 플루의 확산속도가 빨라지고 사망자가 늘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9월 이후 해외여행을 떠난 고객이 예년의 50% 수준"이라며 "미국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난 주말 이후부터는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가 또한 울상이다. 장기 휴강은 물론 아예 휴원을 검토하는 곳도 많다. 유치원과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학부모 김영희 씨(36·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는 "수영, 태권도 등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의 방과 후 활동도 당분간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신종 플루가 경제에 미칠 영향은 신종 플루의 확산속도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신종 플루 감염자 및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 대유행(Pandemic) 단계로 접어들거나 새로운 바이러스로 변종될 경우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종 플루가 대유행 단계에 이르면 서비스 수요 감소에 그치지 않고 소비심리가 크게 둔화되면서 제조업 생산도 줄고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미국 의회예산처는 신종 플루가 1910년대 스페인 독감 수준으로 확산된다면 음식 숙박업과 문화오락 서비스업 성장률이 80%씩 낮아지고 운수 보관업 성장률도 67%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종 플루가 대유행으로 번질 경우 한국 GDP가 7.8%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 위원은 "현재까지 신종 플루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올 겨울 어느 정도 선까지 확신이 억제될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종 플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나치게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이흥모 한은 해외조사실장은 "교육과 서비스업은 어느 정도 악영향을 받겠지만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플루에 대한 의학적 대처가 크게 발전했기 때문에 백신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공포도 상당히 덜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김정안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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