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이 22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핵심 간부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전원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법조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등생을 잔인하게 성폭행한 일명 ‘나영이 사건’ 때 부적절한 음주 감경으로 논란이 이는 가운데 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 공안사범에 대해 지나치게 낮은 형을 선고한 게 아니냐는 것.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및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강진구 실천연대 조직위원장은 항소심에서 징역형은 그대로 유지한 채 집행유예 4년을 덧붙여 선고받았다.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은 최한욱 집행위원장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모두 풀려났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대법원은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에게 손도끼가 든 소포를 보내 협박하려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복기 씨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자격정지 1년,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는 실천연대와 수시로 교류하며 연계활동을 해 온 ‘6·15공동선언실천청년학생연대’ 집행위원장이다. 검찰은 김 씨의 범행 동기가 실천연대 지도부가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공유하는 등 포괄적인 지시를 받은 데서 나온 것으로 판단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말단에서 행동을 한 사람은 실형을,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며 지령을 받는 등 ‘손도끼 협박’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라고 비판했다.
법원은 또 실천연대와 교류하면서 당국의 허가 없이 북한에 다녀오고 미국에서 북한 인사들과 접촉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미국 영주권자 정모 씨(46)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 씨는 이번 수사 과정에서 실천연대 간부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적발돼 수사 대상에 올랐던 인물. 검찰은 정 씨의 혐의가 실천연대 조직원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데 오히려 정 씨가 구속되고 사건 핵심인 실천연대 간부는 모두 집행유예를 받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원이 양형 이유를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보다는 보호관찰관의 지도하에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민주성, 다양성, 개방성 및 포용력을 북한 등 외부에 알리는 길”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이들이 수사와 재판 내내 반성 없이 같은 활동을 할 의사를 밝히며 수사, 재판 자체를 비난해 왔다는 점에서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강 위원장 등 실천연대 핵심간부들에게 내린 선고에 불복해 23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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