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e메일 가짜 여성’에 189명 낚였다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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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고용해 쪽지 보내
“동생 병원비…” 3000만원 뜯어

“23세 여성입니다. e메일로 이성 교제할 남자를 찾습니다.”

한 웹사이트의 20, 30대 남성 회원들에게 이런 ‘쪽지’가 배달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 5월이었다. 남성들이 e메일을 보내면 금세 답장이 왔다. 남성들은 e메일에 첨부된 미모의 여성 사진에 흔들렸다. 몇 차례 e메일이 오가자 이 여성은 “동생이 뺑소니를 당했는데 병원비가 부족하다”며 “30만 원 정도 입금해 주면 직접 만나 갚겠다”고 했다. 여성을 만날 기회라는 생각에 남성들은 지정된 은행계좌로 적게는 5만 원부터 많게는 50만 원까지 돈을 보냈다. 남성 189명이 이 여성에게 보낸 돈은 총 3000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가련한 ‘e메일 연인’의 정체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 편모 씨(24·무직)였다. 편 씨는 “쪽지 1만 건을 발송해 주면 15만 원을 주겠다”며 10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문제의 쪽지를 10만 통이나 발송했다. 편 씨는 대포통장에 입금된 돈을 인출해 유흥비로 탕진했다.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서울 도봉경찰서는 편 씨를 검거해 4일 구속(상습사기)했다. 경찰조사 결과 편 씨는 2006년에도 인터넷에서 여성으로 가장해 “낙태수술 비용이 없다”는 거짓말로 700여 명에게서 1억2000여만 원을 뜯어낸 뒤 검거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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