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절도범 잡고보니 14년전 살인 피의자

  • 입력 2009년 10월 5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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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 광진구 한 주택가를 배회하던 이모 씨(37)를 우연히 검문했다. 조사해보니 이 씨에게서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이 씨는 "우연히 주운 물건"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역시 단순 좀도둑이라고 생각해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경찰서로 인계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깜짝 놀랄만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씨가 타고 온 자동차에 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조사하던 중 8년 전 살해된 한 여성의 주민등록증을 찍은 사진파일이 발견됐다. 우연히 잡은 좀도둑이 알고 보니 미궁에 빠졌던 살인사건의 용의자였던 셈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여성이 혼자 사는 집에 침입해 살해한 뒤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 등으로 이 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2001년 9월 4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한 주택에 잠입해 잠들어 있던 정모 씨(31·여)씨를 추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씨는 14년 전인 1995년 10월 18일 광진구 중곡동 아차산 긴고랑 약수터에서 '약수로 세수를 한다'며 자신을 나무라던 김모 씨(58·여)를 흉기로 살해하고 사체를 내다버린 혐의도 받고 있다. 두 사건은 당시 수사본부까지 구성됐으나 증거부족으로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경찰이 이 씨 컴퓨터에서 발견된 정 씨 주민등록증 사진파일에 대해 집중추궁하자 이 씨는 처음에 범행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조사가 계속되자 이 씨는 "살인에 대해 항상 머릿속에 부담이 있었는데 속 시원히 말하겠다"며 정 씨 살인과 함께 1995년 약수터에서 있었던 김 씨 살인행각도 털어놨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변태성욕을 가진 전형적인 '싸이코패스'. 경찰 관계자는 "이 씨 집에서 포르노 동영상 CD 1000여장과 훔친 여자 속옷, 흉기가 발견됐다"며 "이 씨는 화를 참지 못하며 스스로도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고 밝혔다. 이 씨가 소장한 동영상은 주로 아동 포르노와 고문과 살인 등을 담은 스너프 등 변태 포르노였다.

하지만 이 씨의 부인은 "너무 착하고 자상한 사람"이라고 경찰에 진술하는 등 주변사람은 이 씨의 행각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심리 분석 결과 이 씨는 초등생 때 자신이 살해행각을 벌인 아차산 약수터에서 한 남성에게 성추행당한 후 성적 도착 성향을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관계자는 "이 씨의 DNA와 여성 속옷에서 나온 DNA를 국과수에 보냈다"며 "컴퓨터, 신분증, 흉기 등의 압수품 분석을 통해 이씨가 살해한 여성이 더 있는지 등 여죄를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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