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GREEN!]<8>여름엔 노타이, 겨울엔 내복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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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지애 아나운서는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겨울철에 내복을 입으면 에너지 절약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내복 예찬론’을 펼쳤다. 홍진환 기자
KBS 이지애 아나운서는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겨울철에 내복을 입으면 에너지 절약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내복 예찬론’을 펼쳤다. 홍진환 기자
“겨울 내복 챙기면 지구도 여성도 건강해져요”
KBS 이지애 아나운서

“내복을 입으면 옷의 선이 살지 않아 멋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집에서라도 실내온도를 낮추고 내복을 입으면 에너지를 절약하고 건강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죠. 겨울철 높은 실내온도가 이제 부의 상징이 돼서는 안 됩니다.”

매사에 똑 부러지면서도 단아한 이미지를 지닌 KBS 이지애 아나운서(28·여)를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줬지만 환경 문제에는 다소 얼굴을 붉히기도 하며 깐깐하게 대답했다. 이 아나운서는 방송 촬영으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옷을 갈아입을 때가 많아 평소 집에 있을 때 주로 내복을 즐겨 입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복을 입는 게 귀찮고 불편하지만 작은 노력으로 후세에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옷맵시와 지구온난화에 밀려난 내복

내복을 입으면 둔해 보여 젊은 여성들은 입기를 꺼린다. 더구나 지구온난화로 추운 날씨가 줄어들고 난방이 잘되는 따뜻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늘면서 내복은 우리 사회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제가 진행했던 ‘좋은나라 운동본부’라는 프로그램에서 내복의 효과를 방송했는데, 독일인들은 실내온도를 낮게 유지하고 그 대신 스웨터나 내복을 꺼내 입었어요. 겨울에는 실내기온이 낮은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었죠. 그러나 한국은 한겨울에도 아파트에서 반팔을 입습니다. 작은 인식의 변화로 에너지 낭비를 줄였으면 합니다.”

그는 체질상 추위를 많이 타 겨울을 꺼린다. 겨울에 야외에서 생방송을 진행할 때면 방송준비와 리허설 등으로 3∼4시간을 보내야 한다. 특히 바닷가 야외촬영에서 그에게 내복은 필수품이다.

“과거에는 우리도 추위에 강했는데 사람들이 점점 추위에 약해지고 있어요. 일본에선 어린 시절부터 유치원복을 반바지로 입힌다고 합니다. 겨울에도 그렇게 하는데, 아이들을 추위에 강하게 키우려는 것이죠. 실제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바지를 입는 어린이들은 추위에 잘 견디고 건강합니다. 한국도 추위에 좀 더 적응해 에너지를 절약했으면 합니다.”

○ 에너지 절약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내복을 입으면 체감온도를 평균 3∼6도 높일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해 한 내복의 보온효과 실험에 따르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살펴본 결과 내복을 입었을 경우 안 입었을 때보다 옷 표면 온도가 3도가량 낮았다. 표면 온도가 낮은 것은 그만큼 방출하는 열이 적어 체온을 덜 뺏긴다는 의미다.

또 피부는 항상 수분을 외부로 발산해 피부 주위의 온도를 떨어뜨리는데 내복을 입으면 밖으로 배출되는 수분이 내복과 피부 사이에 머무르면서 발산되는 체온을 보호해주는 효과를 얻게 된다. 내복이 발열 기능으로 외부로부터 체온을 얻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나가는 열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내복을 입어 실내온도를 3도만 낮춰도 실내온도 유지비를 20% 정도 아낄 수 있다. 국가 전체로 따지면 연간 난방에너지비 1조30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이 아나운서는 “겨울철 지나치게 높은 실내온도는 일교차만큼이나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를 벌려 인간의 면역력을 약화시킨다”며 “내복을 입으면 실내온도를 너무 높지 않게 유지할 수 있어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겨울철 실내온도가 올라가면 실내 공기는 건조해지기 마련이다. 건조한 실내 공기는 가려움증이나 아토피피부염, 호흡기 질환 등을 악화시킨다. 전문가들은 내복을 착용해 18∼20도의 실내 환경을 유지한다면 정신이 맑아지고 건강에도 유익하다고 조언한다.

○ 여성에게 더 필요한 내복

내복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그 가치가 더 빛을 발한다. 여성의 배가 차가우면 위와 장의 기능이 떨어져 소화불량과 설사가 발생하고 만성변비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 아나운서는 “아랫배에 있는 자궁 부위가 차가워지면 자궁의 혈액순환이 정체돼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이 올 수도 있다”며 “실외활동을 할 때 내복과 같은 방한복을 평소 챙겨 입으면 여성 질환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여성들은 옷맵시를 살리면서 방한효과를 내기 위해 몸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를 즐겨 입기도 한다. 레깅스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을 때보다는 따뜻하지만 소재 자체가 폴리우레탄이나 나일론이라서 내복만큼 따뜻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레깅스는 몸에 꽉 끼는 탓에 혈액순환장애를 가져와 다리에 피로를 누적시킨다. 혈관이 탄력을 잃고 늘어지고 꼬여 피부 표면으로 울퉁불퉁하게 튀어 올라오는 하지정맥류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통증은 물론이고 심미적으로도 좋지 않은 대표적 여성 질환이다.

이 아나운서는 “여성들이 옷맵시를 살리면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매우 얇은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기대해본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노타이 근무, 에너지 아끼고 능률도 ‘쑥’▼
의복내 온도 0.2~0.5도 내려
행안부, 공무원 연중 노타이 지침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3일 정부 각 부처에 ‘공무원 복장 관련 지침’을 보냈다. 지침의 핵심은 관행적으로 넥타이를 착용하지 말라는 것. 연중 계절에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넥타이를 매지 않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넥타이 착용이 필요한 사례를 나열했다. △국회 공청회 등 공식회의 또는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 △국내외 손님을 접견하는 경우 △기타 의전상 넥타이 착용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 등이다. 행안부는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으로 상의의 경우 노타이 정장, 콤비, 니트, 남방, 옷깃이 달린 셔츠를, 하의는 정장바지, 면바지 등을 예시했다.

청와대도 7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직원들에게 넥타이를 매지 말 것을 권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직원들의 호응도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10월 중순까지로 ‘노타이’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전 부처에 복장 관련 지침을 내린 이유는 공무원의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진작시킨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노타이 차림의 편안한 옷차림이 의복 내 온도를 낮춰 결국 여름철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가 크다는 장점도 있다. 겨울에 내복을 입으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대 의류학과 최정화 교수가 올해 6월 환경부와 그린스타트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복장문화’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넥타이를 매지 않을 때 의복 내 온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온도가 28도인 상황에서 셔츠에 넥타이를 착용했을 때 의복 내 온도는 33.7도였다. 같은 환경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고 셔츠만 입었을 경우 의복 내 온도는 33.5도로 넥타이를 맸을 때보다 0.2도 내려갔다. 또 28도에서 셔츠와 넥타이 차림, 셔츠 차림만으로 각각 50분이 지난 뒤 가슴 부위 의복 내 온도를 측정한 결과 넥타이를 맨 경우에는 1도가 오른 반면 셔츠 차림만으론 0.5도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낡은 옷 고쳐입고… 필요없는 옷 바꿔 입고
“슬로패션으로 친환경 의류 소비를”▼

요즘 낡은 옷은 고쳐 입고 필요 없는 옷은 바꿔 입어 옷의 유통기간을 늘리자는 ‘슬로 패션(slow fashion)’이 주목받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이보은 사무처장은 4일 슬로 패션에 대해 “유행을 좇기보다는 개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생태계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재활용, 리폼, 핸드메이드 등을 적극 활용하는 친환경적 의류소비 행태”라고 정의했다. 옷을 사서 입고 버리는 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나아가 생산자에게 공정한 임금을 주고 만든 옷인지 따져보자는 얘기다.

‘슬로 패셔니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사무처장은 슬로 패셔니스타가 되려면 △지갑을 열기 전에 사려는 옷이 꼭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보고 △트렌디한 패션보다는 개인의 스타일을 중시하고 △라벨에 적힌 원산지, 소재, 세탁 과정에서의 환경 영향을 따져보고 △싫증난 옷을 고치거나 갖고 있는 옷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조언했다. 가죽 재킷은 가방으로, 오래된 원피스는 미니스커트로 만들어 입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바뀌는 유행을 즉각 반영한 옷으로 한 시즌만 입고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은 여전히 10대와 20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규혜 한양대 의류학과 교수는 ‘10, 20대 의류구매 및 폐기에 관한 행동 및 의식조사를 통해 본 패스트 패션’이라는 논문에서 “젊은 남녀 소비자들은 저렴하고 유행성 있는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며 “이들은 구매한 의복을 제대로 활용하는 경향도 낮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들은 입지 않는 옷을 옷장에 그대로 넣어두는 일이 많아 기증 또는 교환하거나 중고상에 판매하는 등 적극적인 의복 재사용 노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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