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받고 저질칠판 납품 알선

  • 입력 2009년 9월 24일 2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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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구입한 칠판은 햇빛이 비추면 글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반짝임이 심했다. 학부모 들을 독자층으로 하는 한 교육신문은 "가루날림이 없고 음이온이 나와 친환경적인 칠판의 혁명!"이라며 호평했지만 알고 보니 '짜고 친' 거짓말이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특정 회사 칠판을 선전하거나 구매를 알선해주는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전·현직 교장 및 학교 관계자, 공무원, 교육잡지 대표 등 49명을 입건해 이중 D 흑판 박모 대표(58)와 구매를 알선한 수원 Y 초등학교 추모 운영위원장(49)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추 위원장 등 알선브로커 26명은 2005년 5월 술자리에서 만난 박 대표에게 "교육공무원 출신이라 현직 학교장 및 물품구매 담당 행정실장을 소개시켜줄 수 있다"며 알선비 제공을 약속받은 뒤 서울 시내 총 346개 국공립 초·중등학교를 돌며 납품을 성사시키고 7억 1700만 원 상당의 돈을 받았다. 서울 K 초등학교 교장 김모 씨(61) 등 현직 교장 13명은 추 위원장 등으로부터 소개받은 칠판을 구입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추 위원장과 박 대표 등은 조달청 물품구매담당 6급 공무원 이모 씨(47)를 끌어들여 조달단가를 고가로 허위 작성하게 하고 H 교육신문 대표 및 편집주간으로 하여금 칠판에 대한 과장 광고도 싣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공무원이 저지른 조직적인 범죄로 그 사안이 무겁다"며 "또 다른 교육기자재 납품 관련 비리가 있는 지 관할 교육청과 협조해 수사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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