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창의성 평가하기 위해 100% 수시전형 택했죠”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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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디자인예술 대학인 계원디자인예술대학(이하 ‘계원예대’)이 2010학년도 신입생 전원을 수시전형으로 선발한다. 전문대학으로선 첫 번째 시도.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30일까지 진행된다. 100% 수시전형은 지난 해 이 대학에 취임한 후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온 김영기 총장(사진)의 작품. 김 총장은 “251점은 붙고, 250.95점은 떨어지는 평가는 디자인 예술을 공부할 학생을 선발하는 바람직한 평가가 아니다”면서 “100% 수시전형은 성적순을 떠나 학생들의 창의성을 평가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서 접수를 이틀 앞둔 7일 경기 의왕시 계원예대 총장실에서 김 총장을 만났다.》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김영기 총장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방식의 평가는 21세기 디지털 사회에는 무의미합니다. 개인의 창의성, 예술적 성향, 가슴 속의 예술적 열정을 평가해 선발할 계획입니다.”

100% 수시전형을 통해 정원 1200여 명 중 포트폴리오와 면접, 심층면접(포트폴리오 전형)으로 70%를, 학생부, 면접, 심층면접(학생부 전형)으로 30%를 선발한다. 창의적인 끼와 재능이 당락을 결정한다.

“포트폴리오는 초등학교 때부터 썼던 일기도 괜찮고, 아스팔트에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제출해도 상관없습니다. 자신만의 예술성과 감각을 봅니다.”

학교는 포트폴리오의 이름을 ‘개념(Concept) 포트폴리오’라고 지었다. 개념 포트폴리오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창작물로 수험생의 사고, 창조적 시각, 표현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수단이다. 면접평가도 이 연장선에 있다. ‘진부하지 않은 것, 틀을 깨는 것’이 김 총장이 생각하는 디자인 예술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줄리아드 음대는 교수 본인이 유명하다기보다는 제자를 우수한 연주가로 양성하는 교수가 많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계원예대 교수진도 학생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김 총장은 줄리아드를 비롯한 4가지 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테크놀로지와 예술이 만나 창의적인 가치를 발휘하는 곳. 혹독한 훈련을 거쳐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직업인을 양산하는 의과대학 시스템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또 학기와 학년 구분 없이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한국의 ‘서당’ 시스템도 분석 중.

2010학년도부터 계원예대는 지금의 학과제를 없앤다. 대신 5개 군(아트 앤 플레이, 비주얼 다이얼로그, 라이프스타일, 휴먼 스페이스, 디지털 콘텐츠)으로 학과를 통합했다. 신입생은 한 학기 동안 원하는 수업을 5개 군에서 선택해 들은 후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인문학 교육을 위해 ‘H센터’(인문학을 뜻하는 ‘Humanities’와 융합을 뜻하는 ‘Hybridity’에서 따온 말)를 지난해 설립했다. 자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인문학을 대하도록 평가는 P(pass·통과) 또는 F(failure·불합격)로만 구분한다.

“계원예대는 학생을 ‘티칭(Teaching)’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코칭(Coaching)’하죠. 5년 뒤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와 예술가를 배출하는 대학이 될 것입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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