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그 골목 “차빼” 고함이 사라졌다

  • 입력 2009년 9월 10일 0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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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대명9동 빈터에 무료주차장
땅 주인에게는 세금 혜택… 5번째 ‘윈윈’

“집 가까이에 널찍한 주차공간이 생겨 앞으로 주차 문제로 이웃과 얼굴을 붉히는 일이 별로 없을 겁니다. 동네도 훤해져 아주 좋습니다.”

8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9동 대덕노인복지회관 부근 주택가의 무료 공영주차장. 퇴근 후 이곳에 차를 세운 주민 김정호 씨(48)는 “주차장이 없을 때는 골목길을 돌며 주차할 곳을 찾느라 힘들었는데 얼마나 편리한지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 주차장이 문을 연 것은 이달 3일. 남구가 그동안 빈터로 방치돼 있던 이곳에 27대의 차량을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을 조성했다. 남구는 땅 소유주인 이모 씨(48)를 설득해 이곳에 건물을 짓기 전까지 한시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그 대신 이 씨에게 재산세 전액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 씨는 “개인 사정으로 놀려온 땅에 쓰레기가 쌓여 골치가 아팠는데 주차장으로 만든 뒤 이런 걱정을 덜게 됐다”며 “주민들에게서 ‘고맙다’는 인사도 받고 세금 혜택도 받아 아주 좋다”고 말했다.

주택가마다 ‘주차 전쟁’이 빚어지던 남구 지역이 조금씩 주차하기 좋은 곳으로 바뀌고 있다. 주택가 빈터를 무료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남구는 1년 이내에 건물을 지을 계획이 없는 곳을 대상으로 땅 주인을 설득해 무료 주차장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5곳(50여 대 주차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만들었다. 봉덕동에 3곳, 이천동과 대명9동에 1곳씩 개설돼 있다.

주차장 사용 허락을 받은 곳에는 노면 평탄 작업과 함께 주차선이 그어지고 주차장 안내표지판이 설치된다. 남구는 또 동네 단위의 공영주차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7월 대명1동 남부시장 부근의 땅 278m²를 구비로 사들여 10대를 세울 수 있는 무료 공영주차장을 만들었다. 11월에는 대명4동 경상공고 부근에 무료 공영주차장(20여 대 주차 규모)을 완공할 예정이다.

특히 앞산을 찾는 시민들의 주차 불편을 개선하기 위한 주차장 확충 사업도 펴고 있다. 앞산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7월 기존 고산골 주차장(52대 주차 규모) 터를 확충해 90여 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으로 새롭게 꾸몄다. 이 주차장은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매일 오전 9시 반까지는 무료로 개방되며 24시간 주차요금이 2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 밖에 남구지역 전통시장 부설 주차장도 확충하고 있다. 관문시장 주차장은 기존 66대에서 76대를 세울 수 있는 곳으로 확장됐고 성당시장과 봉덕시장의 주차장도 규모가 커졌다. 또 영선시장 부근에는 차량50여 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을 신설할 방침이다.

남구가 동네별 주차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주택가의 경우 주차 문제로 주민들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남구는 내년까지 공한지를 이용한 주차장을 모두 20여 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남구 이진숙 교통과장은 “쓰레기가 쌓인 채 흉하게 방치돼 있는 땅을 주차공간으로 만들어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주차난도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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