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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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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1조로 종로-강남역 등 투입
도망치거나 발뺌 부지기수
무가지함-가로수 밑도 족집게 단속
서울 강남구청 청소행정과 김흥식 주임은 최근 한 여성으로부터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집에 날아든 담배꽁초 무단투기 과태료 고지서를 보고 남편의 흡연 사실을 알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김 주임은 “금연을 선언한 남편이 밖에서 몰래 담배를 피워오다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에 적발됐고,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부인에게 맹세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주임은 “흡연자들은 단속에 거부감이 많지만 흡연자 남편을 둔 주부나 상인들이 격려를 많이 해줘 단속에 힘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 “슬쩍 버린다고? 다 지켜보고 있다”
서울시는 올 초부터 담배꽁초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는 특별단속 기간인 이달 한 달 동안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 강남역 등 97개 지역에 평소보다 갑절 많은 5000여 명의 단속 인력을 투입해 집중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특별단속 첫날이었던 1일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에도 강남구청 단속원 10여 명이 투입돼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졌다.
“강남구청 단속원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폐기물관리법 8조를 위반하셨습니다. 과태료를 부과하겠습니다.” 무심코 담배꽁초를 버리다 단속원 김배곤 씨(51)에게 적발된 이모 씨(32)의 표정은 난감하기만 했다. 김 씨는 “과태료는 5만 원이고, 자진납부 기간(15일간) 안에 납부하시면 4만 원으로 할인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생각보다 비싼 과태료에 순간 멈칫하던 이 씨는 마음을 고쳐먹은 듯 바로 서명을 했다. 이 씨는 멋쩍은 표정으로 “아깝지만 제가 잘못한 거니까 꼭 납부할게요”라고 말한 뒤 길을 걸어갔다.
유동인구가 많고, 유흥가가 밀집한 강남역 일대는 한 조에 2명씩 4, 5개 조로 편성된 단속반이 투입돼 조당 하루 평균 10여 명을 단속하고 있다. 강남구는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 5만1245건을 적발해 25억6225만 원을 과태료로 부과했다. 과태료도 5만 원으로 자치구 중 제일 높고, 단속 건수도 가장 많다.
얘기를 나누던 김 씨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인파 속에 파묻혀 슬그머니 담배꽁초를 떨어뜨린 남성을 발견했던 것. 김 씨는 같은 조 단속원 권오준 씨(42)와 함께 30여 m를 달린 끝에 그 남성을 붙잡았다. 단속을 당한 윤모 씨(24)는 도대체 어디서 보고 있었냐는 듯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심드렁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권 씨는 “이 정도만 협조해줘도 정말 감사하다. 유전자(DNA) 검사를 해보라고 소리치거나 몸싸움을 거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며 “협조하는 척하다 냅다 도망가는 사람도 많아 애를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하수구, 무가지함에 버려도 단속 대상
단속이 심해지자 흡연자들의 ‘투기 기술’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길바닥이 아닌 곳에만 버리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하지만 무가지함, 하수구, 빗물받이, 사유지 등에 담배꽁초를 버려도 모두 단속 대상이다. 김 주임은 “나름 생각해서 버린다며 하수구 구멍이나 가로수 밑에 버리는 분들도 있는데 하수구가 막힐 수 있고, 나무 생장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단속 대상”이라고 말했다.
담배꽁초나 사진 등 직접 증거가 없어도 단속은 가능하다. 권 씨는 “단속원 2명이 함께 눈으로 적발하면 직접 증거는 확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꼭 2명씩 조를 짜서 단속한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는 운전 중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도 중점 단속할 것”이라며 “번호판 등 증거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동영상 카메라 등의 장비도 동원해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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