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평가문제 유출에 교사·학원 대거 가담

  • 입력 2009년 9월 1일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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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이병하 수사과장이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지 유출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이병하 수사과장이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지 유출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생들의 학력 진단을 위한 전국 연합 학력평가 문제지 유출에 현직 교사와 유명 입시업체, 학원 등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지를 입시학원에 유출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서울 모 사립고교 교사 최모 씨(4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EBS 방송국 외주 PD 윤모 씨(42)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문제지를 유출했으나 법 규정 미비로 형사처벌을 면한 경기도 사립고교 교사 4명과 문제지 인쇄소 4곳에 대해서는 관할 교육청에 비리 사실을 통보했다.

유출한 문제지로 문제풀이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했거나 배포하려 한 혐의(공무상 비밀표시무효 등)로 K언어학원 원장 김모 씨(3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메가스터디 등 대형 온라인 입시업체 관계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교사 최씨는 2005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시험 전날 교육청에서 배달된 문제지 박스를 뜯어 문제지를 메가스터디 콘텐츠제작팀장 유모 씨(37)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외주 PD 윤씨는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에서 미리 입수한 문제지 파일을 시험 전날 K언어학원을 운영하는 조카 김씨에게 건네는 등 지난해 4월부터 올 6월까지 6차례에 걸쳐 문제지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지역 교사들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친분이 있던 유명 입시업체 관계자들에게 10여 차례까지 문제지를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교사 최씨만 형사처벌한 데 대해 "최씨는 봉인된 문제지 박스를 뜯어 유출했기 때문에 사립학교 교사 신분이라도 '공무상 비밀표시무효죄'가 성립되지만 나머지는 미봉인 박스에서 문제지를 꺼내 처벌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학원장 김씨는 입수한 문제지를 이용해 예상 문제를 만들어 학원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해 수강생들에게 유포했으나 다른 온라인 입시업체들은 제작한 문제풀이 동영상을 수강생들에게 배포하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문제지를 유출한 교사들이 입시업체에서 대가성 금품을 받았는지를 수사했으나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으로부터 문제지 인쇄 용역을 맡은 인쇄업체들은 친동생이 운영하는 학원이나 계열사 학원 등 특수관계의 입시학원들에 상습적으로 문제지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 인쇄업체는 2004년 10월부터 1년여간 문제지를 추가 인쇄해 빼돌리고서 1부당 4000~8000원씩 1만여부를 10개 입시학원에 팔아넘겨 62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으며, 문제지를 학원에 직접 가져다주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문제지 유출 사건은 교육청의 전국 단위 시험지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 것이다. 관계 기관과 협의해 관련 법 조항의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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