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발열검사 첫날 ‘혼돈의 학교’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모든 학생들 체온 재고 교실로신종 인플루엔자의 학교 내 집단 감염 예방을 위해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선생님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의 체온을 일일이 재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학생들 체온 재고 교실로
신종 인플루엔자의 학교 내 집단 감염 예방을 위해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선생님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의 체온을 일일이 재고 있다. 연합뉴스
“교문 통과에 1시간 걸렸어요”

정부가 신종 인플루엔자의 확산을 막기 위해 등교하는 모든 초중고교생의 발열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한 첫날인 27일 각급 학교는 이른 아침부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일부 학교는 부랴부랴 체온계를 마련해 교문 앞에서 일일이 학생들의 체온을 쟀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받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서울 광진구 성동초등학교는 이날 첫 수업이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교사 10여 명이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체온을 점검했다. 귓속에 넣어 체온을 재는 전자체온계가 학교에 1개 있었지만 전날 밤 4개를 급히 구해 5개로 전교생 650여 명의 체온을 측정하는 데 약 1시간이 걸렸다. 점검 결과 신종 인플루엔자로 의심할 수 있는 체온인 37.8도를 넘긴 학생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학교 최동윤 교감은 “전날 밤 9시 뉴스를 보고 부랴부랴 보건교사와 함께 체온계를 사러 돌아다녔다”며 “체온계 5개로는 24개 학급을 감당하기 어려워 더 사야 하는데 위에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현초등학교는 개학일인 26일부터 이틀째 전교생 900여 명의 발열을 일일이 점검했다. 교사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에 나선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체온을 잰 뒤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교실로 들여보냈다. 학생 수가 2000명이 넘는 용산구 신용산초등학교에서도 등교하는 학생 수가 많아지자 두 줄로 세워가며 체온을 재는 진풍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상명대는 강의 시작 전 교수와 수강생의 체온을 일일이 점검하는 등 일부 대학에서도 발열 검사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날 발열 점검을 하지 않았다.

구체 지침 전달안돼… 대부분 학교 발열검사 못해

교육청으로부터 일선 학교에 공문 등 구체적인 지침이 전달되지 않은 데다 점검에 필요한 체온계도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금화초등학교에서는 이날 전교생의 발열 점검을 하는 대신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상태를 확인해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보건교사에게 연락하는 방식으로 조치할 계획을 세웠다. 학교 관계자는 “전날 열린 초중고교 보건교사 연수에서도 그런 지시는 없었고, 관련 공문도 받지 못했다”며 “뉴스를 보고서야 학생 전원을 줄 세워 놓고 발열 점검을 하는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발열 점검을 하지 않은 영등포구 영중초등학교 관계자도 “학교에 있는 것은 고막형 체온계 1개, 수은형 3개가 전부인데 이것으로는 전교생 900여 명을 다 점검하기 어렵다”며 “체온계를 구비하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가격이 비싸 따로 예산을 짜지 않고는 충분한 수량을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품절인 경우가 많아 구입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체온계 1개의 가격은 6만∼10만 원이라 10개 이상 사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서울 서대문구 미동초등학교 관계자도 “100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을 붙잡고 일일이 체온을 재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건교사가 교육을 하고, 손 소독제를 나눠 주는 정도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각 학교가 발열 점검에 나서면서 체온계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의 약국과 의료기기 업체에는 하루 1, 2개에 불과하던 체온계 판매량이 최근 10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종로3가의 한 의료기기 판매업체 관계자는 “학교에서 주문이 많아 오늘 하루만 100개 넘게 체온계를 팔았다”며 “지금은 재고가 하나도 없고 일대 상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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