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불륜 의심’ 잠자는 남편에 끓는 기름 세례

  • 입력 2009년 8월 14일 02시 54분


6월 24일 오전 1시 반경 부산의 한 아파트 거실. TV를 보다가 소파에서 잠이 든 남편 A 씨(32)의 얼굴을 바라보던 B 씨(33)는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2006년 겪었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 그해 남편은 바람을 피웠다.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같은 해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 “잘못했다”며 통사정을 하는 남편을 한번 용서해 주기로 하고 지난해 재결합했다. 하지만 술을 마시거나 TV에서 불륜 장면이 나오면 여지없이 남편 얼굴이 떠올랐다. 사건 당일도 ‘지금도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그렇게 의심했다.

B 씨는 곧바로 부엌으로 가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끓인 뒤 잠든 남편 얼굴과 목 가슴에 부었다. 깜짝 놀란 A 씨가 찬물에 씻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갔지만 3개월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2도 화상을 입었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정보를 얻은 경찰이 이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B 씨가 이혼 뒤 받은 충격으로 몇 년째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3일 B 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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