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공정보도 - 경영혁신 이뤄야”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8분


고임금 고연령 ‘역피라미드 인력구조’ 해소도 시급

■ 방문진 새 이사진 과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MBC의 전반적인 경영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MBC 노조와 코드가 맞았던 이사진들은 MBC 현안에 별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평을 들었다.

이번 신임 이사진은 그동안 MBC 의 편파보도 등 문제점을 제기해온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방문진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노조 주도의 MBC를 탈바꿈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MBC 편파보도 시정

MBC는 지난해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보도와 관련해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는 데에는 소홀했다. 언론계에선 MBC가 자체 조사를 통해 잘못을 시정했으면 검찰수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홍재 신임 이사는 “MBC는 편향된 보도 태도를 공정하게 개선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왜곡 보도가 사소한 실수에 의해 벌어졌더라도 책임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관련자들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는데 국내 방송은 이러한 제도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공정언론시민연대에 따르면 최근 미디어관계법 보도에서 MBC의 개정 반대 보도는 41건인 반면 개정 찬성을 다룬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한균태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MBC의 경우 공정성, 균형성 등 방송저널리즘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지금까지 노조에 의해 많이 좌우됐다면 이제 모든 이익집단으로부터 독립된 중립적인 보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MBC 민영화

그동안 MBC 민영화와 관련해 MBC 노조 등의 극심한 반대로 내부에선 거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미디어법의 국회 통과 이후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MBC가 민영과 공영 중 정명(正名)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이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새로 구성되면 MBC 직원들과 진지하게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신임 이사진은 당장은 아니지만 MBC 민영화를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는 “과거에는 학자로서 자유롭게 견해를 밝혔지만 이제는 방문진 이사진으로 다른 이사진과 공감대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견해를 밝히기 조심스럽다”며 “MBC는 100% 민영화가 아닌 방문진을 골격으로 하는 공익적 민영체계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소신이지만 이는 앞으로 이사진과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MBC 민영화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우선 MBC 민영화를 위해 2대 주주인 정수장학회 지분(30%) 처리 문제가 있다. 5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MBC의 자산을 민영화하기 위해선 수조 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MBC의 강성노조도 투자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민영화 논의에 앞서 현재의 방만한 경영 상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놓여 있다. 최 신임 이사는 “현재 MBC는 편성·제작본부장 등이 MBC 이사회에 들어가 있어 제작비 감시 등에 근본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이러한 경영방식을 개선해 경영을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임금 고연령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MBC의 ‘역피라미드’ 인력구조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임 이사는 “겨울에 입은 방한복은 봄이 되면 벗어버려야 하고,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오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며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온 만큼 MBC는 여기에 맞게 변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여당 몫’ 5명-‘야당 몫’ 4명으로 구성
문방위 미디어발전국민위 출신 3명 ‘눈길’
MBC노조 “뉴라이트 인사 전면 포진” 반발

3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확정한 방송문화진흥회 신임 이사진에 대해 방송계에선 ‘여야 성향의 인사를 고루 안배한 무난한 선임’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여당 몫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김우룡 김광동 남찬순 차기환 최홍재 이사 등 5명이며 야당 몫의 인사는 민주당의 고진 정상모 한상혁 이사, 자유선진당의 문재완 이사 등이다.

○ 이사들의 성향

이번 방문진 이사 중에는 미디어관계법 논의 기구였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발위) 위원으로 활동한 인사가 3명이다. 김우룡 최홍재 이사는 한나라당 추천 위원이었다. 문재완 이사는 자유선진당 추천 위원으로 신문 방송 겸영 등의 타당성을 이론적으로 제시했다.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인 최홍재 이사와 서울지법 판사 출신의 차기환 이사는 뉴라이트 운동을 처음 표방하고 나선 ‘자유주의연대’ 출신이다. 또 나라정책연구원장인 김광동 이사는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 포럼’이 만든 한국근현대사 대안교과서의 집필자로 활동했다.

남찬순 이사는 동아일보 부장과 논설위원,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총무를 지냈다.

야당 성향 인사인 고진 전 목포MBC 사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MBC 사장을 노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상모 이사는 MBC 출신으로 1980년 언론통폐합 당시 해직돼 한겨레 민족국제부장, 편집부국장을 거쳐 MBC로 복직해 해설위원 등을 지냈다. 한상혁 변호사는 MBC ‘뉴스후’ ‘시사매거진2580’ 등 시사 프로그램의 자문 변호사를 맡았으며 민주당과 MBC 노조의 추천 몫으로 알려졌다.

○ MBC 내부 반응

MBC 노조는 방문진 선임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가 전면에 포진해 앞으로 MBC 보도 등에 방문진이 이념적으로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등이 이번 이사진을 반대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3차례 이사 선임에서 여야 6 대 3의 비율로 방문진을 구성했을 때도 노조는 반대하지 않았다.

MBC에선 엄기영 MBC 사장의 교체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동안 신임 방문진 이사진이 구성되면 엄 사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특히 방문진 이사 중에는 현 경영진이 PD수첩 문제나 미디어관계법에 대한 편파보도, 3차례 파업에 대한 대응 등이 미흡했다고 보는 인사가 많다. 이미 구영회 전 삼척MBC 사장, 김재철 전 울산MBC 사장, 신종인 전 부사장 등이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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