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원칙’ 과학영재교 입시문제 유출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학원가에 유출된 2009학년도 한국과학영재학교 입시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과학’ 문제지.
학원가에 유출된 2009학년도 한국과학영재학교 입시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과학’ 문제지.
시험지 원본 통째로 복사돼 학원가 나돌아
학교측 “교사가 빼돌렸을 땐 책임 물을 것”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다급했다. “어? 이거 우리 시험지 맞네요.”

부산에 있는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김동훈 교사(입시지원부)는 28일 기자가 시험지를 보여주기 전만 해도 “그럴 리 없다. 학원에서 우리 문제인 것처럼 흉내 냈을 것”이라고 큰소리쳤으나 곧 목소리가 수그러들었다.

김 교사에게 보여준 것은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지난해 2단계 시험 문제지. 이 문제지가 유출돼 이달 12일 2010학년도 시험을 본 학생들의 시험 대비용으로 이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최근 현직 교사가 전국연합 학력평가 문제를 온라인업체에 사전 유출해 충격을 던졌지만, 영재학교의 기출문제지 유출도 그에 못지않게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영재학원 강사는 “대개 시험을 보고 온 학생들한테 물어 시험지를 재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시험지 원본을 스캐닝한 자료가 돌아다녔다”며 “최초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입시설명회 때마다 시험문제 공개를 요구했지만 학교는 완강히 거부했다. 시험을 보고 3년이 지난 후 공개한다는 게 이 학교의 내부 방침이다. 김 교사는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어떤 출판사가 적중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학교 홈페이지에는 2003∼2005학년도 문제만 공개돼 있다. 그것도 전체 공개가 아닌 일부 공개다. 기출문제 전체를 볼 수 있는 것은 이 학교 교사와 졸업생뿐이다. 이 학교 교사가 문제를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권장혁 교장은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교사가 유출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입시는 △1단계 학생기록물 평가 △2단계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3단계 과학캠프 및 심층면접 평가로 구성돼 있으며 2단계만 지필고사 형태로 본다. 1단계에서 1500명 정도를 뽑은 후 2차 전형에서 200명 안팎으로 정리하기 때문에 2단계 시험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학원가에서는 올해 문제도 이미 복원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24일 2010학년도 입시 전형 2차 합격자 명단(180명)을 발표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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