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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22일 0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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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초등생 자녀에 무료 컴퓨터 교육
강원 양구군 양구읍에서 컴퓨터학원을 운영하는 양정열(38), 이영빈 씨(41) 부부는 주위에서 특이한 사람들로 불린다. 아내 양 씨는 제주, 남편은 서울이 고향으로 전혀 연고가 없는 양구에 산다. 이 부부는 집에서나 학원에서나 존댓말을 쓴다. 세 자녀의 등교 준비부터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은 구분이 없다. 아내가 외부 강사로 나갈 때가 많아 남편이 집안일까지 챙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내는 남편을 ‘우렁이 신랑’이라고 부른다.
양 씨 부부는 제11회 강원도평등문화상 가정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다음 달 2일 상을 받는다. 부부는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공부 욕심도 많아 방송대 법학과 4학년에 나란히 재학 중이다. 이들이 양구에 정착한 것은 결혼 직후인 1994년 12월. 아내는 서울에서 학원 강사로, 남편은 삼성SDI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부모님 그늘과 도심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떠나왔다.
이들은 지역에 컴퓨터 강사가 부족하다 보니 초등학교 방과후 교사, 양구군 여성강좌 강사로도 불려 다녔다. 2007년부터는 양구군건강가정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여성결혼이민자 컴퓨터교실을 맡아 가르치고 있다. 결혼 이민 여성들에게는 컴퓨터뿐 아니라 한국어와 생활 풍습, 살림살이까지 배우는 ‘종합반’이어서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부부는 지난해 4∼12월 ‘놀토’(휴무 토요일)에 자신들의 학원에서 다문화가족 초등학생 자녀 20명에게 무료 컴퓨터교실을 열었다. 읍내뿐 아니라 양구군 전역에서 아이들이 몰려들어 지난달 25명을 대상으로 2차 무료 교육을 시작했다.
이 부부는 “힘은 들지만 보람은 그보다 더 크다”며 “아이들이 놀토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컴퓨터 배우는 것을 좋아해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평등 부부의 평등 실천은 집 밖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