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장흥 토요시장은 ‘亞요리 박람회장’

  • 입력 2009년 5월 25일 07시 44분


7개국서 시집 온 여성 18명 자국 전통음식 만들어 팔아

日다코야키-泰눔음썸 떡 몽골만두-中완자 등 인기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 맛있어요.”

23일 오후 전남 장흥군 장흥읍 토요시장. 시장 한쪽 다문화거리에서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전통 옷을 입은 이주여성들이 서툰 한국말로 관광객들에게 음식을 권했다. 관광객들은 처음 보는 음식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자 금세 모여들었다. 베트남의 월남쌈은 쌀가루 반죽으로 만든 피에 야채와 다진 고기를 넣어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필리핀의 롬피아는 속에 돼지고기와 야채 등을 넣어 튀겨내 맛이 고소하다. 돼지 바비큐도 술안주로 불티나게 팔렸다.

토요시장 내 다문화거리는 아시아 7개국에서 장흥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 18명이 자국의 전통 음식을 만들어 파는 공간이다. 이들은 330m² 규모의 텐트에 7칸으로 분리된 부스와 식재료를 장흥군과 토요상인회로부터 지원받아 자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문어를 넣어 만든 일본의 다코야키, 중국의 완자, 양고기로 만든 몽골만두, 바나나가 주재료인 태국의 ‘눔음썸 떡’, 캄보디아 쌀국수로 불리는 ‘궈탸오’ 등이 토요시장의 메뉴다.

장흥읍에 사는 박모 씨(46·여)는 “처음 보는 음식이지만 맛깔스럽고 값도 싸 자주 들르고 있다”며 “토요일마다 문을 여는 시장에 이색문화가 더해져 장터가 활기로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매상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만 해도 하루 매상이 30만 원대였으나 이달 들어서는 5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일본에서 시집온 히로코 씨(50)는 “오사카 출신 친구를 통해 배운 다코야키가 인기 만점”이라며 “다문화 거리에서 고향의 음식을 소개하고 토요시장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욜란다 씨(28)는 “소문을 듣고 경상도에 사는 친구가 놀러와 깜짝 놀랐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살림에 보탬이 된다”고 웃었다. 장흥군은 판매수익을 월 1회 정산해 이주여성들에게 나눠주고 일당(3만5000원)도 지원하고 있다. 박옥란 장흥군 여성아동담당은 “지난달 11일 개설 이후 주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져 이주여성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며 “내년에 20억 원을 들여 토요시장 인근에 다문화 교류센터를 건립해 상설시장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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