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세무조사 관여말라” 천신일에게 경고했었다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與관계자 “李대통령이 직접 주의 줘”
千씨, 신동아 6월호 인터뷰서 “가까운 사람이 개입말라고 조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지난해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 당시 청와대로부터 ‘이 사건에 관여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학 동기인 이명박 대통령이 천 회장에게 직접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시점과 이유, 경로 등을 놓고 여러 가지 추측이 일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19일 “천 회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에 관여하려고 했을 때 이 대통령이 직접 천 회장에게 ‘이 사건에는 관여하지 말라’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천 회장도 이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지인들에게 청와대의 경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천 회장은 청와대 경고를 받은 직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에게 “도와줄 수 없으니 알아서 잘하라”고 했다는 일까지 공개했다는 것. 천 회장은 최근 ‘신동아’ 6월호와의 인터뷰에서도 “‘태광실업 세무조사 문제엔 개입하지 말라’는 정부 측 경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저와 가까운 사람이 ‘태광실업 세무조사 문제는 관계하지 않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해주었다”라고 밝혔다.

천 회장의 주변 인사 등에 따르면 천 회장은 특히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에 자신이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해명 차원에서 이 얘기를 자주 꺼냈다고 한다. “청와대로부터 경고까지 받았는데, 어떻게 세무조사 무마 로비 대책회의에 갈 수 있었겠느냐”면서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는 것.

그러나 청와대가 천 회장에게 경고까지 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천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깊숙이 관여했음을 드러내 보이는 것일 수 있다. 천 회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아무 관여도 하지 않았다면 굳이 청와대가 나서서 경고까지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 회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8월 초 박 전 회장에게서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아 ‘알아보자’고 말했다”고 밝혔고, 검찰은 천 회장이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 등과 직간접으로 접촉한 정황까지 파악했다.

박 전 회장이 지난해 9월 또 다른 현 여권 인사인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구속 기소)을 통해 한나라당 이상득 정두언 의원에게 접근한 것도 청와대의 경고 때문에 천 회장의 운신이 어렵게 되자 다른 로비 경로를 찾아 나선 것일 수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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