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세무조사 로비’ 천신일 계좌추적

6일 오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관들이 서울 종로구 효제동 서울지방국세청 별관에 있는 조사4국 3과 사무실에서 업무일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복사본 등 압수수색한 자료를 상자에 담아 밖으로 나오고 있다. 원대연 기자

檢 “朴, 무마 대가로 거액 주기로 했다” 진술 확보…

서울국세청 등 6곳 압수수색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지난해 9, 10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금융거래 명세에 대해 전방위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로비 청탁 대가로 천 회장에게 거액을 주기로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박 회장 측과 천 회장 간에 수상한 돈이 오간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과 천 회장 자녀 등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세중나모 주식 135만 주를 2007년 11월 171억여 원에 매도한 거래와 관련한 과세 자료를 지난달 17일 국세청에서 제출받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6일 박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실과 종로구 효제동 서울지방국세청 별관 조사4국 3과 사무실, 국세청 본청 법인납세국장 사무실 등 6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1시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을 지난해 박 회장과 태광실업 및 정산개발 특별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3과 사무실에 보내 세무조사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세무조사 당시 조사4국장이었던 조홍희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조사4국 3과장이었던 신재국 서울서초세무서장, 조사4국 3과 1반장이었던 유기복 동울산세무서장의 사무실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의 다이어리와 업무일지 등을 압수하고 직원들이 사용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도 복사했다. 검찰이 그동안 국세청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형식적인 절차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적은 있으나 이날처럼 강제적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세청이 지난해 11월 박 회장을 고발하면서 제출한 서류 외에 수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를 모두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며 “현재로는 (당시 조사4국 관계자들이) 피의자나 수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세무조사 당시 국세청장이었던 한상률 전 청장(미국 뉴욕 체류 중)도 귀국하도록 해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세무조사는 한 전 청장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지시한 뒤 직접 보고를 받아 청와대에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과 천신일 회장, 이종찬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이 박 회장 구명을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의혹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을 3월 출국금지했고 김 전 청장에 대해서는 계좌추적을 진행 중이다.

한편 검찰은 2007년 6월 말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건넨 100만 달러의 용처와 관련한 자료를 노 전 대통령 측이 제출하는 대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재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07년 4월 박 회장에게 건넨 50억 원의 출처도 조사 중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검찰, 박연차 로비 관련 서울국세청 압수 수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