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경찰청 전화번호네”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 입력 2009년 4월 24일 08시 58분


경찰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으로 수억 원을 챙긴 중국인 일당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24일 휴대전화 발신번호에 경찰청 번호가 뜨도록 조작해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돈을 송금 받는 방법으로 2억9000만 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유학생 장 모 씨(27) 등 중국인 6명을 구속하고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우선 우체국 직원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 "당신 명의로 신용카드가 발급됐는데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고 피해자에게 겁을 주었다. 이어 경찰청 직원을 사칭해 다시 전화를 건 뒤 "통장 잔고를 안전한 계좌로 옮겨야 한다"며 송금을 요구했다. 이들은 경찰청 사이버민원 콜센터 자동응답전화 번호가 발신번호로 뜨도록 조작해놓고 "전화기에 찍힌 번호로 전화해보면 우리가 경찰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장 씨 일당은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에게 고액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주겠다고 유인해 일당 5만~20만을 주고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는 임무를 맡겼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아르바이트에 비해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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