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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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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다음 국회 떠넘기기’
노총 비현실적 논리 일관
한나라당이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인 ‘기간제 및 단기간 근로자 보호법(비정규직법)’의 시행 시기를 4년가량(2013년 7월 이후) 늦추기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노동부, 여당, 노동계의 ‘이기주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비정규직 근로자의 아픔은 외면한 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들의 목소리만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나라당의 ‘4년 더 유예’ 방침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다음 정권 및 다음 국회로 떠넘기기’라는 지적이 더 많다. 명지대 이종훈 교수(경영학과)는 “한나라당의 4년 더 유예는 경기가 빨리 좋아지면 비정규직을 고착화하고, 경기가 계속 안 좋으면 4년 후 문제가 더 크게 터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의 태도도 문제다. 이들은 “정부의 고용기간 연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막는 행위”라며 앵무새처럼 똑같은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근로자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법 때문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사업주가 몇이나 되겠느냐”며 노동계의 주장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은 법 때문에 오히려 대량 해고될 수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노동부의 움직임도 미온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법 개정이 늦어지는 만큼 하루하루 소리 없이 비정규직 근로자가 해고된다”며 조속한 개정안 처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는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돼도 된다며 눈치만 보고 있다. 개정안 통과 전까지 소리 없이 해고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통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4년 더 유예’ 방침이 미봉책도 안 되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주무부처로서 목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실제 비정규직 근로자의 목소리 없이 엉뚱하게 흘러가는 데는 제대로 된 조직이나 모임조차 없는 이들의 현실도 한몫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인 A 씨(47)는 “하루하루 살기도 힘든 사람들이 어떻게 조직을 구성해서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겠느냐”며 “기다리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양대 노총 소속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진짜 비정규직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