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강금원 리스트?… 盧 측근인사 6명 등 22명 거론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5분


돈 준 시기-액수-출처 등 일람표 형식 기록

임찬규 前행정관-후원회장 이기명씨도 등장

대전지검 특수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횡령금액 226억 원 가운데 일부가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에게 건네진 사실이 14일 밝혀지면서 이번에는 ‘강금원 리스트’가 새로 등장했다. 이 리스트는 강 회장이 자신의 회사인 창신섬유와 충북 충주 시그너스골프장에서 횡령한 돈의 용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 강금원 리스트 22명은 누구?

이날 공개된 ‘강금원 리스트’는 강 회장의 횡령 금액 사용 내용이다. 강 회장이 돈을 건넨 22명과 1개 단체, 전달 금액, 전달 시기, 자금 출처, 현금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계좌추적 등을 통해 강 회장에게서 돈을 전달받았다고 밝힌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의 386 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뿐이었다. 대전지검은 강 회장이 여 전 행정관에게 7억 원을 건넸다는 사실 외에 강 회장의 돈을 받은 사람이 더 있는지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강금원 리스트’에 오른 22명 가운데에는 안 최고위원과 여 전 행정관 외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였던 영화배우 명계남 씨,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임찬규 전 청와대 행정관, 또 다른 전직 청와대 행정관 윤모 씨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사 6명이 올라있다. 김우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입주해 있는 건물의 임차료 3억5000만 원을 대납해줬고 노무현 정부 때 공직자 출신들이 만든 참여정책평가포럼에 2007년 4∼12월 1000만∼2000만 원씩 모두 8000만 원을 냈다는 내용도 있다. 또한 공기업 임직원 2명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1명도 포함돼 있다.

명 씨에게는 2006년 10∼12월 세 차례에 걸쳐 5400만 원을 전달했는데, 강 회장은 명 씨를 시그너스골프장 직원으로 등재해 놓고 급여 명목으로 이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냈던 이기명 씨는 리스트에는 올라있지 않지만 명 씨처럼 시그너스골프장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 명목의 돈이 건네졌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 대부분 퇴직 이후 건네진 돈

강 회장이 임차료 3억5000만 원을 대납한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측은 “연구원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주와 시그너스골프장 간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돼 있고 연구원은 이 건물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며 “시그너스 측에 ‘이 건물을 쓰는 동안에는 월세와 관리비를 연구원 측에서 내기로 확약서까지 썼다”고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나온 뒤인 2007년 7월 강 회장이 ‘노 대통령 전기를 쓰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 노 전 대통령 평전을 쓰기로 하고 계약서를 작성한 뒤 수표로 1억 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2007년 8월에는 임 전 행정관에게 8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전직 청와대 행정관 Y 씨는 2005년 1월 1억 원을 받은 것에 대해 “안희정 씨의 추징금 납부에 보태 쓰라며 강 회장이 송금해준 돈”이라고 해명했다.

○ 생계형 지원? 그러나 액수 적지 않아

강금원 리스트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체로 강 회장이 공직에서 물러난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사들을 챙겨준 성격이 짙어 보인다. 일종의 생계지원으로 보이지만 액수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검찰의 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강 회장이 운영 중인 창신섬유와 시그너스골프장 등이 돈을 받은 인사들의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어 대가성이 있는 돈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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