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철호씨 설립 투자자문사 직원 단 1명뿐…등록도 안돼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투자금 받았다면 불법

지난해 2월 말경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사진)는 31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취재 요청을 일절 거부했다.

연 씨 측은 이날 오후 늦게 일부 언론을 통해 “500만 달러는 해외투자에 썼으며 절반 정도 자금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연 씨는 31일 오후 1시 10분경 목발을 짚은 상태로 부인 노지연 씨(노건평 씨의 첫째 딸)와 함께 자택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어딘가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던 연 씨는 “500만 달러를 받은 것이 사실이냐” “받은 돈을 주식투자에 썼다던데 맞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두 시간 뒤 혼자서 집 밖으로 나온 부인 노 씨는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때가 되면 변호사를 통해 다 밝히겠다”고 말했다. 노 씨는 “남편이 다리를 다쳐 오전에 병원에 다녀왔으며 오늘은 외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500만 달러 수수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연 씨 부부는 이날 오후 5시경 아파트 경비업체 직원을 불러 아파트 입구 안에 모여 있던 취재진을 건물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전했다. 아파트 관리업체 관계자는 “연 씨 측에서 나흘 전쯤 ‘기자들이 오면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연 씨가 부인 노 씨와 함께 설립, 운영했으며 최근까지 감사를 지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그레이블루사는 “연 씨가 받았다는 500만 달러는 우리 회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2004년 말 연 씨로부터 이 회사를 인수한 박모 씨는 “연 씨의 감사 임기가 올 3월 초 만료됐지만 연락이 안 돼서 재선임이나 해임을 하지 못해 벌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라며 “연 씨는 회사에 어떠한 투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 씨가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엘리쉬인베스트먼트사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 1개를 빌려 쓰는 작은 회사이다. 사무실 전화번호도 따로 없고 직원도 연 씨를 포함해 2명에 불과했다. 연 씨는 이 사무실에 1주일에 두 차례 정도 출근해 왔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연 씨의 회사가 박 회장의 돈을 투자 받았거나 또는 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맡아서 투자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투자자문업이나 투자일임업을 하려면 금융위원회에 등록을 해야 하며 상호도 ‘투자자문사’로 명시해야 하므로, 연 씨가 미등록 회사인 엘리쉬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박 회장의 투자금을 받았다면 불법이 된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 측의 주장대로 연 씨가 박 회장의 돈을 실제로 투자에 사용했다면, 연 씨는 500만 달러를 개인적으로 투자했거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른 회사를 통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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