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우리금융 회장 재직때 한미캐피탈 비싸게 인수”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감사원, 검찰에 관련자료 통보

박병원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사진)이 2007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재직 당시 모 조선업체에 조선소 신축자금 명목으로 우리은행을 통해 850억 원을 대출하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원은 26일 “박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은 2007년 8월 우리금융지주가 한미캐피탈(현 우리파이낸셜)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부터 인수하는 과정에서 박 전 수석이 부적절한 업무 처리로 502억 원 정도의 손실을 회사에 입힌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초 우리금융지주는 인수가격으로 주당 최대 2만5000원을 예상했으나 ‘매각사가 주당 3만 원 이상을 제시하지 않으면 협상을 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는 보고를 받은 박 전 수석은 주당 2만9900원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어 매각사가 주당 3만2000원으로 가격을 인상하자 이마저도 수용했다.

또 사외이사들이 높은 인수 가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자 박 전 수석은 이사들에게 “여러 업체의 경쟁으로 가격이 비싸졌다”며 사실과 다르게 답변했다.

결국 우리금융지주는 한미캐피탈 지분 849만9955주(지분 51.5%)를 2711억 원(주당 3만1900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는 결과적으로 한미캐피탈 기업가치 최대 값인 2209억 원보다 502억 원 비싸게 인수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종철 감사원 국책과제감사단장은 “박 전 수석과 박 전 전무가 이미 회사를 떠났기 때문에 행정처분은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형사책임이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25일 검찰에 관련 자료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1월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경제수석비서관직에서 물러났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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