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일감나누기 나흘만에 ‘삐걱’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울산3공장 ‘혼류생산’ 거부로 노-노 갈등… 기아 카니발 생산 중단

현대자동차 노사가 추진 중인 생산라인 간 ‘일감 나누기’가 ‘라인 이기주의’로 시작도 못한 채 좌초할 위기를 맞았다.

기아자동차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차량 수요 감소로 레저용차량 (RV)인 카니발을 생산하는 소하리 1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현대·기아차그룹이 생산 물량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최근 전체 조합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울산공장 내 2, 3공장 간 ‘일감 나누기’를 선언했지만 3공장 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23일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3공장은 최근 사업부위원회 회의를 갖고 만장일치로 일감 나누기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모은 뒤 이날 울산공장에서 열린 노조 물량대책위원회에 이를 통보했다.

현재 ‘아반떼’와 ‘i30’를 생산하는 3공장은 주문이 밀려 최근 야근과 특근까지 하고 있지만 ‘투싼’과 ‘베라크루즈’를 만드는 2공장은 일감이 없어 휴업과 조업을 반복하고 있다. 중대형차를 생산하는 나머지 공장들은 정상 근무시간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3공장 조합원들이 일감 나누기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라인 이기주의’에 대한 안팎의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노조 집행부가 물량대책위의 결정대로 일감 나누기를 강행할 경우 노-노(勞-勞) 간 충돌도 예상된다.

앞서 현대차 노조 지도부는 19일 울산 3공장의 아반떼 물량을 일감이 없는 울산 2공장으로 일부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물량 나누기 방안을 확정했다.

당시 윤해모 현대차 지부장은 “조합원 고용안정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물량 나누기를 하고, 장기적으로는 경기변동에 대처해 나가기 위한 다차종 생산체제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울산 2, 3공장의 일감 나누기 외에 울산 5공장에는 투싼 후속, 아산공장에는 쏘나타 후속, 울산 1공장에는 베르나 후속 차량과 신차종 투입 등을 회사에 요구했다.

한편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기아차는 이날 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카니발을 만드는 소하리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신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공장 가동과 중단을 반복해 온 기아차가 카니발 라인의 생산을 멈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카니발 판매가 줄어 31일까지 카니발 생산을 중단한다”며 “이후에는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생산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발은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내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1%나 줄었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1497대에 그쳐 지난해보다 91.0%나 급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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