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강남권 전입 희망 의사를 밝힌 경찰관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A 경장은 "강남권 전입 신청을 했는데 물거품이 되면서 괜히 상사한테 찍히기만 한 것 같다"며 "그동안 마음이 뒤숭숭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강남 간다고 일도 안 했다'는 눈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강남은 사건이 많아 일하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고 얘들 교육 때문에 이사 가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강서경찰서 B 경사도 "부인이 강남 쪽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알아보는 등 들떠 있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방침 번복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마포경찰서 C 경위는 "애초에 일부 경찰관의 잘못을 놓고 오래 근무한 경찰을 일괄적으로 물갈이한다는 게 잘못이었다. 사필귀정이다"고 지적했다.
동대문경찰서 D 경위는 "조직의 가장 윗선이 바뀌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변하는 게 우리 조직"며 "경찰 공무원도 정기적인 교체시기를 정해놓고 원칙 있는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침 번복으로 인한 갈등과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물갈이 대상에 포함됐던 수서경찰서의 E 경사는 "전원 물갈이 방침이 철회돼 다행"이라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인사를 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은 강남지역 안마시술소 업주와 경찰의 유착 의혹이 일자 지난달 말 대대적인 물갈이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강희락 경찰청장은 취임 직후인 16일 "과거 대규모 물갈이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문제가 있는 직원들을 선별 교체할 계획"이라며 방침을 바꿨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