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징계한 노조간부들이 또 도박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8분


현대차 아산공장委 집행부 총사퇴

‘임단협 합의’ 억대 뇌물혐의

한노총 부산 간부 긴급체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소속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윤해모) 아산공장위원회의 김영상 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11명이 노조 간부 도박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12일 총사퇴했다.

아산공장위원회는 이날 집행부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현대차 노조는 울산공장 1∼5공장에 본부를, 아산과 전주 등 6곳에 위원회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2600 조합원 동지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통해 “노조 간부가 도박을 벌여 노조의 도덕성을 실추시키고 조합원들의 불신을 야기했다”며 “노조의 백년대계를 위해 집행부가 총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박 사건은 현대차 노조의 제103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린 1월 19일 벌어졌다. 울산공장 앞 문화회관에서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대의원대회는 ‘2009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전주공장의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당시 대다수 국민과 조합원은 “세계 자동차 업계가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대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는 아산공장의 노조 간부가 조합원들과 어울려 도박한 행위에 대한 징계건도 상정돼 이 간부는 제명됐다.

대의원대회 뒤 아산공장의 노조 집행부 20여 명은 울산에서 1박을 했으며 이 가운데 3, 4명이 숙소인 울산 시내 여관에서 도박을 했다. 도박 조합원을 징계한 뒤 다른 노조 간부들이 또다시 도박을 한 셈이다.

조합원들 사이에는 도박 판돈이 수백만 원이라는 소문이 무성했고, 한 달 뒤 한 노조 조합원이 대자보를 통해 공개하면서 도박 사실이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유인물에서 “소문처럼 일부 노조 간부가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고 수백만 원의 판돈이 오간 것은 아니나 일부 노조 간부가 도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산지검은 이날 택시업계 임금 및 단체협약을 놓고 사용자 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가로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박모 전 이사장(49)에게서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이모 의장(56)을 긴급체포하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부산본부를 압수수색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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