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영어동화책, 생후 한달부터 읽어주세요

  • 입력 2009년 3월 10일 03시 01분


《영어 말하기대회에서 우승한 ‘국내파 학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어렸을 때 영어동화책을 많이 읽었다”고 말한다. 조기유학 대신 집에서 영어동화책을 읽고, 듣고, 따라 말하며 영어를 배웠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영어동화책 읽기를 지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언제부터, 무슨 책을, 어떻게 읽혀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30년간 미국 정규학교 교사로 일하며 유치원∼8학년까지의 학생들을 가르친 재클린 래드니액 씨(58·사진)를 만나 미국식 영어동화책읽기 지도법을 들었다. 퇴직 후 미국 23개 주에 있는 공·사립학교에 온라인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교육기업 K12에서 일하던 래드니액 씨는 1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세워진 ‘K12 인터내셔널 아카데미’의 교수부장이 됐다. K12 인터내셔널 아카데미는 미국에 가지 않고도 미국 버지니아 주 학위 인증서를 딸 수 있는 온·오프라인 정규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루 15분 온 가족이 책 읽는 ‘디어(DEAR)’ 시간 가져라

○ 언제부터?

“생후 한 달부터 영어동화책을 읽어주세요. 언어는 일종의 ‘자극’이라 일찍부터 자주 들려줄수록 효과가 크거든요.”

래드니액 씨는 영어동화책 읽어주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부모가 영어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면 아기는 영어 단어나 영어 문장을 그대로 따라 말한다. 부모가 한국말로 대화하는 것을 계속해 듣던 아기가 자연스럽게 옹알이를 하고 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자녀가 말을 잘하게 됐다면 영어동화책을 자녀와 함께 소리 내어 읽어보자. 부모의 발음을 듣고 따라 말해보면서 자연스레 영어 듣기, 말하기 실력이 자란다.

미국에서는 책을 잘 못 읽는 초등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방문해 영어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자원봉사자가 흔하다. 래드니액 씨의 아들도 고등학교 때 이런 자원봉사를 했고, 할머니 할아버지 자원봉사자도 있을 정도다. 영어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면 영어로 읽고 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직접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지만 발음에 자신이 없는 학부모나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해서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보며 쉬고 싶은 학부모라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영어동화책에 딸린 CD를 틀어주거나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는 무료 사이트(그래픽 참고)에 올라 있는 플래시 영어동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 무슨 책을?

영어동화책을 고를 때는 아이의 레벨에 맞지 않는 책이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선택하는 게 좋다. 미국 엄마들은 아이가 자기 수준에 안 맞는 책을 골라도 “그건 네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그냥 읽어준다. 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책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하던 아이도 화려한 삽화를 보고 엄마에게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용까지 이해하게 된다.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책을 읽어주어야 함은 물론이다. 래드니액 씨는 “아이들은 반복을 좋아해 같은 영어동화책을 500번쯤 읽어줘도 질릴 줄을 모른다”며 웃었다.

연령대별로 적절한 영어동화책을 참고해도 좋다(그래픽 참조). 취학 전 자녀에게는 최대한 색상이 다채롭고 그림이 많으며 글이 거의 없는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 그림을 보며 “이건 무슨 내용인 것 같아?”,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 거 같니?”, “이 장면에 없는 내용을 상상해볼까?”, “네가 이야기를 다르게 바꿔보면 어떨까?” 등의 질문을 던지고 직접 그림을 그려보게 하면 아이의 상상력이 높아진다. 이런 질문을 던지려면 시리즈물로 된 영어동화책을 사주는 것이 좋다. 한 캐릭터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시리즈물은 내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에게는 교과연계독서를 시키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모든 과목 수업시간에 교과서 내용과 동일한 주제의 동화책을 읽는다. 래드니액 씨는 “아이들은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아이들은 역사를 가장 싫어하는 과목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역사 시간에는 스페인에 관한 동화책을 읽는 등 교과서 주제에 맞는 오디오 영어동화책을 수업에 적극 활용한다. 이런 식으로 미국 초등학생이 한 해에 한 과목을 통해 읽는 영어동화책이 적어도 10권이다.

○ 어떻게 읽힐까?

미국 학교에는 ‘디어(DEAR·Drop Everything And Read)’라는 독서 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 시간만 되면 청소담당 직원부터 교장까지 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하던 일을 멈추고 책을 읽는다. 하다 못해 잡지를 읽는 등 반드시 뭔가를 읽어야 한다.

미국 가정에서도 이 ‘디어’ 시간을 정해두는 일이 많다. 알람을 켜놓고 15분 동안 모든 걸 정지한 채 책만 읽는다. 텔레비전도 이때는 자동으로 꺼지게 설정해둔다.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따라한다. 매일 반복하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반사 작용처럼 책을 집어 들고 읽게 된다.

가족이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는 북 클럽(독서 모임)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한 달 동안 읽을 책을 정하고 한 달에 한 번 모여 각자 독서 감상문을 발표하는 가족 북 클럽을 만들어 참여하는 가정이 많다.

미국 학교가 진행하는 ‘쇼 앤드 텔(Show&Tell)’ 수업을 응용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쇼 앤드 텔은 미국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순서를 정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영어동화책을 학교에 갖고 와 친구들 앞에서 읽어주는 시간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책에 대해 애정이 생기고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된다.

래드니액 씨는 “영어동화책을 구하기가 어렵다면 부모들끼리 영어동화책을 서로 교환해 보는 ‘쇼 앤드 텔’ 그룹을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그가 가르치는 반의 학부모 5명도 이런 쇼 앤드 텔 그룹을 만들어 효과를 보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서로의 집에 돌아가며 모인다. 엄마와 아이가 한 조를 이뤄 연극하듯 그날 가져온 영어동화책을 사람들 앞에서 읽어준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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