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다” 20여명이 둘러싸고 폭행-지갑 강탈

  • 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CCTV에 찍힌 담배 구입 남성7일 오후 9시 23분 서울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인근의 한 편의점에서 혜화경찰서 소속 박모 경사의 신용카드로 담배를 구입하는 50대 남성(가운데)의 모습. 편의점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것이다. 사진 제공 혜화경찰서
CCTV에 찍힌 담배 구입 남성
7일 오후 9시 23분 서울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인근의 한 편의점에서 혜화경찰서 소속 박모 경사의 신용카드로 담배를 구입하는 50대 남성(가운데)의 모습. 편의점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것이다. 사진 제공 혜화경찰서
■ 공권력 짓밟은 용산 추모 시위대

《용산 참사 추모대회는 1월 20일 용산 철거민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철거민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 등의 주도로 이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큰 충돌 없이 진행됐지만 시위가 거듭되면서 도로점거 투석전 등 과격양상을 띠고 있다. 급기야 7일에는 경찰관들을 집단 폭행하고 신용카드를 빼앗아 물건까지 사는 등 공권력을 짓밟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경찰 카드로 옷-담배 산 50대 CCTV-지문 분석

동대문 이어 영등포-서울역서도 경찰관 폭행

▽7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7일 오후 6시 5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추모대회는 오후 8시 40분경 별탈 없이 끝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200여 명은 거리 시위를 하기 위해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으로 이동했다.

오후 9시 10분. 동대문역 6번 출구 계단에서 시위대 중 누군가가 사복 차림의 혜화경찰서 박모 경사(36)를 보고 “경찰이다”라고 소리쳤고 박 경사는 시위대에 둘러싸여 폭행당했다.

시위대는 오후 9시 30분경 종로3가 방향의 도로 4차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시작했고, 이를 제지하던 혜화서 최문용 정보과장 등 경찰관 10명을 또다시 폭행했다.

경찰은 “시위대 200여 명이 순식간에 80여 명의 경찰을 둘러쌌다”며 “시위대 중 일부는 반대편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경찰 간부들도 둘러싸고 폭행했다”고 밝혔다.

이후 시위대는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흩어졌고, 이 중 100여 명은 다시 영등포역으로 이동해 한나라당 당사로 행진을 시도하다가 자진 해산했다.

경찰은 “이날 동대문역 외에도 영등포역, 서울역 등지에서 모두 16명의 경찰관이 시위대에 폭행당했다”며 “시위대가 무전기 5대와 안전방패, 채증용 카메라도 빼앗아 갔다”고 밝혔다.

부상당한 경찰관들은 서울대병원과 경찰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으며, 코뼈가 부러지고 눈 주위가 찢어져 20바늘을 꿰맨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 소속 강모 경사(42)는 경찰병원에 입원해 있다.

▽경찰 신용카드 사용=박 경사는 “시위대 20∼30명이 둘러싸고 마구 때리면서 바지와 상의를 뒤져 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지갑을 빼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박 경사를 폭행한 직후 신용카드로 오후 9시 21분과 23분에 의류매장과 편의점에서 옷과 담배를 구입했다”며 “편의점과 주변 지역 폐쇄회로(CC)TV 화면을 입수해 분석 중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주변 지역 CCTV를 분석한 결과 이 남성이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에서 시위대와 함께 하차했고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 오후 9시 38분경 종로5가역에서 지하철을 다시 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CCTV 화면을 본 박 경사도 자신을 때린 사람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업소 출입문 등에서 지문 13점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10여 명의 경찰관이 폭행당한 혜화경찰서는 8일 하루 종일 침통한 표정이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관 폭행도 모자라 신용카드까지 훔쳐 사용한 사건은 우리나라 공권력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국가 공권력의 최일선인 경찰의 단호하고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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