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주남저수지 습지문화관 과잉투자 논란

  • 입력 2009년 2월 24일 07시 02분


창원市 2011년 개관추진… 환경단체 “람사르문화관과 중복… 철새에 악영향”

경남 창원시가 철새 도래지인 동읍 주남저수지 근처에 대규모 ‘습지문화관’을 지으려 하자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철새들의 서식 환경을 훼손할 뿐 아니라 중복투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2011년 개관 예정=창원시는 동읍 다호리 일원에 186억 원을 들여 습지문화관(4500m²), 습지체험관(1만 m²), 습지문화체험장, 부대시설 등이 갖춰진 ‘창원습지문화관’을 짓기로 했다. 올해 확보된 예산은 국비 78억 원.

문화관은 △인간의 생존 △인간의 삶 향상 △습지관리 체계 등 3개 분야로 구분된다. 인간의 생존에서는 물의 확보와 사용, 습지 생물을 얻는 수단과 방법 등에 관한 전시물을 갖춘다. 인간의 삶 향상과 습지관리 체계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습지문화를 다룬다.

특히 습지 동식물을 직접 관찰하고 체험하는 기능을 갖춰 청소년의 환경 교육장으로 키운다는 구상.

창원시는 다음 달 후보지 확정과 토지이용 실태 조사를 벌이고 4월부터 9월까지 기본설계용역을 거쳐 사전환경성 검토 등의 행정절차를 연말쯤 마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어 내년에는 실시설계와 토지 매입을 끝낸 뒤 공사에 들어가 2011년 완공할 예정이다. 문화관 건립 예정지인 다호리는 주변에 고분군이 있고 땅값도 비싸다는 지적이 있어 다소 유동적이다.

▽“철새 도래지 망친다”=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23일 성명을 통해 “내용이 같고 이름이 비슷한 사업에 중복 과잉 투자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배정된 예산을 국고로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주남저수지 옆 ‘람사르문화관’도 전시 내용이 완벽하지 못하고 관리도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유사한 성격의 사업이 옥상옥으로 추진되는 것은 지역 국회의원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창원시는 지난해 제10차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76억 원을 들여 주남저수지 둑 바로 옆에 연면적 990m²의 람사르문화관을 짓고, 탐방로를 개설해 환경단체로부터 ‘철새를 쫓아내는 사업’이라는 비판을 샀다. 습지문화관 예정지는 람사르문화관과 2km 정도 떨어져 있다.

마창진환경연합 감병만 부장은 “람사르문화관에 이어 습지문화관이 들어서면 차량과 인파로 인해 주남저수지의 생태계는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이 사업을 강행할 경우 국고를 낭비한 공무원의 책임을 묻고 예산을 회수하는 운동을 펴겠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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