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앞은 경찰, 빈소앞은 전철련이 ‘검문’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8분


23일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인 남일당빌딩 앞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철거민과 경찰들. 전영한 기자
23일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인 남일당빌딩 앞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철거민과 경찰들. 전영한 기자
■ 용산참사 35일… 여전히 팽팽한 대치

《농성자와 경찰관을 포함해 6명의 희생자를 낸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1월 20일 사고가 난 지 35일째를 맞은 23일에도 사고 현장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주변은 여전히 긴장의 연속이었다. 건물 옆에는 불에 탄 경찰 버스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고, 건물 1층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는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사고건물 장악하려 철거민 - 구청 몸싸움도

주변 재개발구역 용역업체 - 전철련 신경전

장례식 무기한 연기… 1억 물린 병원만 울상

○ 용산 현장은 여전히 ‘전쟁 중’

이날 오후 4시경 용산구 관계자들이 트럭 및 철거 장비와 함께 현장에 나타났다. 동시에 의경 수십 명이 건물을 에워쌌다. 건물 앞 도로 1개 차선은 통제됐다.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관계자들이 남일당 건물 근처 인도에 무단으로 쌓아놓은 나뭇더미를 정리하기 위한 구청의 ‘작전’이 펼쳐진 것. 용산구 직원들은 해머로 나뭇더미를 부숴 트럭에 실었고, 이를 막으려는 전철련 회원들과 이들의 접근을 막으려는 경찰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충돌은 이날뿐만이 아니다. 21일에는 남일당 건물 옆 주차장에 붙여놓은 플래카드를 놓고 충돌이 있었다. 용역업체 직원은 사유지에 붙였다며 이를 떼러 왔고, 전철련 회원들은 이 직원을 쫓아 추격전을 벌였다. 결국 의경들이 동원됐고, 철거민들과 충돌이 빚어졌다.

이날은 남일당 건물을 사용하려는 철거민 측과 이를 막으려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또다시 충돌했다. 이처럼 용산 재개발4구역 남일당 건물 주변에서는 철거 작업을 하려는 조합 측과 이를 막으려는 전철련 회원들 간에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용역업체에서는 철거 준비를 위한 철제 펜스 설치 작업을 시간을 가리지 않고 벌이고 있었고, 전철련 회원들은 3, 4명씩 조를 짜서 순찰을 하는 등 철거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 장례식장엔 서로 삼엄한 ‘경비’

희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병원 앞 도로에는 전경버스와 순찰차 등이 진을 치고 있었고 병원 곳곳엔 경찰력이 배치돼 있었다.

경찰관들은 단속일지와 경광봉, 요주의 차량의 번호를 빼곡히 적은 메모지, 불법 시위 주도 혐의를 받고 있는 남경남 전철련 의장의 사진 등을 들고 병원을 드나드는 차량을 검문검색했다. 장례식장에서 은신 중인 남 의장이 차를 타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병원 장례식장은 전철련 관계자들이 ‘통제’하고 있었다. 장례식장 입구에는 전철련 관계자들이 바리케이드를 이용해 차량이 드나드는 것을 관리했다.

또 희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 4층은 ‘허가받은’ 이들만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일반인의 빈소가 차려진 3층을 지나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전철련 관계자들이 막고 있어 장례식장 직원조차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다.

○ 장례 일정조차 ‘오리무중’

대치가 계속되고 있지만 장례가 언제 치러질지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용산 철거민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는 화재 원인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경찰 책임자 처벌, 대통령 사과 및 구속자 석방 등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박래군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에서 철거민을 살인자로 몰아가는데 어떻게 장례식을 치르겠느냐”며 “장례식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례식장 비용과 병원비 등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순천향대병원 관계자는 “장례식장 비용은 약 1억 원, 부상자들의 입원 및 치료 비용은 1600만 원 정도가 밀려있다”며 “사태가 해결되고 장례가 치러지면 비용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범대위는 매주 토요일 청계광장 등에서 추모집회를 열고 있지만 경찰이 불법 집회라며 원천봉쇄하고 있는 데다 참석 인원이 적어 고심하고 있다.

21일 집회에 앞서 “집회 후 청와대로 진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참석 인원이 500여 명에 불과해 산발적인 시위로 끝났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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