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향한 도전… 인생 최대의 기회로 만들어야죠”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8분


내달 美로 떠나는 WEST 1기 참가자 다짐과 포부

《이명박 대통령은 1월 신년 국정연설에서 청년 일자리 만들기를 올해의 국정목표로 강조한 뒤 7만 개의 청년인턴, 글로벌 청년리더 프로그램과 함께 미국대학생연수취업(WEST)을 액션플랜으로 제시했다. WEST는 미국에서 1년 6개월 정도 머무르며 영어도 배우고, 인턴 취업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따낸 성과물 중 하나다. ‘세계 최초’라는 정부의 설명을 접어두더라도 청년들에겐 과거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도전이고 실험이다.》

어학연수 - 인턴취업 등 최장 18개월간 美 체류

“국가프로그램의 1기생…많이 배우고 돌아올 것”

WEST는 워킹홀리데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지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연간 5000명을 보내기로 하고, 3월 출발하는 1기생도 1000명 규모로 잡았지만 신청자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그래도 300명이 WEST의 첫 테이프를 끊는다. 이들은 다음 달 11일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어 4월엔 2기생 모집이 시작된다.

동아일보는 앞으로 WEST 프로그램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1기 참가자 6명으로부터 선발 절차와 미국 생활에 대한 포부를 들어봤다.



강릉대 영문과 4학년 반지은 씨(23·여)는 지난해 1년간 교환학생 자격으로 미국 테네시주립대를 다녔다.

교환학생 기간이 끝날 무렵 미국에 좀 더 체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그는 인턴 자리를 알아보려 사방으로 뛰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국내 유학업체에도 알아봤지만 유학원은 스폰서 알선비용으로 700만 원을 요구했다. 항공료와 비자 수수료는 별도였다.

반 씨는 “모두 합치면 1000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며 “비용도 비용이지만 업체가 미덥지 못해 그냥 귀국했다”고 말했다. 반 씨는 귀국 직후인 12월 중순 WEST 참가자 모집 공고를 봤다. 반 씨는 그 길로 학교를 찾아 지원 신청을 했다.

WEST 참가자 6명은 “프로그램이 처음 도입돼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꼭 성공사례로 남아 대학생들 모두가 참여하고 싶은 제도로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나간다는 도전의식이 확고하다.

김창선 씨(24·원광대 경영학부 4학년)는 “국가가 시작한 프로그램의 1기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도전의 시작”이라며 “1기 참가자가 어떤 선례를 남기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향후 성패가 결정된다는 것도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며 의지를 다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안수진 씨(22·여·한국외국어대 법학과 3학년)는 “부모님이 혼자 외국에 나가는 것을 극구 반대해 그동안 어학연수는 꿈도 못 꿨다”면서 “이번에는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며 부모님이 오히려 적극 권하셨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천을 받아 선진기업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WEST 프로그램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스폰서 기관과 학생을 연결해준다.

스폰서 선정을 맡은 외교통상부의 관계자는 “WEST 1기 학생들과 스폰서십을 맺은 ICD, CIEE, AIPT 등 기관 3곳은 미국 국무부에서도 최고 수준의 실적을 가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WEST 프로그램은 또 주한 미국대사관의 협조로 참가자의 비자 발급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

서인석 씨(26·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는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해외에 다녀온 학생들은 대부분 잡무만 보다 돌아온 경우가 많다”면서 “인턴 수입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적을지 몰라도 희망 직종에서 일할 가능성이 더 높아 WEST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체류지역을 결정할 때도 장차 자신이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를 염두에 뒀다.

비주얼 머천다이저(VMD)가 되는 것이 꿈인 진민희 씨(23·여·부산대 식품영양학과 4학년)는 뉴욕을 체류지로 정했다. 그는 “‘자라’, ‘포에버21’, ‘H&M’ 등 세계적 패션 브랜드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 씨는 미국 체류 중 부산디자인센터 해외기자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인턴 취업도 일자리 구하기인 만큼 자기 홍보(PR) 열의가 대단하다.

이석균 씨(26·서울예술대 광고창작학과 2학년)는 출국에 앞서 학교 과제로 제출했던 작품 포트폴리오를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씨는 “개인 명함도 만들고, 나를 알릴 준비를 확실히 해둘 계획”이라며 “‘레오버넷’, ‘BBDO’, ‘사치&사치’ 등 메이저 광고회사를 체험하고 돌아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6명의 꿈은 모두 달랐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WEST를 ‘내 인생 최고의 기회’로 만들고 싶다는 각오는 똑같았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WEST(Work, English, Study, Travel):

미국대학생연수취업. 정부 주선으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이 △어학연수 5개월 △인턴취업 12개월 △여행 1개월 등 최장 18개월 동안 미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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