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점 여주인 납치범, 위폐 주고 산 오토바이 되팔아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서울 양천경찰서가 납치사건 용의자를 잡기 위해 사용했던 1만원권 모조지폐(위). 모조 지폐는 진짜(아래)와 달리 홀로그램의 색이 다르고 일련번호가 모두 ‘EC1195348A’로 같을 뿐만 아니라 진짜보다 가로 길이가 1mm가량 길다. 연합뉴스
서울 양천경찰서가 납치사건 용의자를 잡기 위해 사용했던 1만원권 모조지폐(위). 모조 지폐는 진짜(아래)와 달리 홀로그램의 색이 다르고 일련번호가 모두 ‘EC1195348A’로 같을 뿐만 아니라 진짜보다 가로 길이가 1mm가량 길다. 연합뉴스
시중유통 위폐 피해보상 책임소재 논란

제과점 여주인 납치 용의자 2명 가운데 아직 붙잡히지 않은 정승희 씨(32·사진)가 경찰이 ‘미끼’로 사용한 위조지폐로 오토바이를 산 뒤 다시 진짜 돈을 받고 되판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 18일자 A14면 참조 ▶ 제과점 주인 납치했던 도주자‘체포미끼 위폐’ 700만원 썼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17일 경찰의 위폐 중 700만 원으로 박모 씨(31)에게 250cc 야마하 오토바이를 구입한 뒤 18일 오전 10시 이 오토바이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중고 오토바이 가게 업주 김모 씨(37)에게 400만 원을 받고 되팔았다. 김 씨는 이를 다시 서울 관악구 신림8동의 한 오토바이 가게에 470만 원에 팔았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 동호회 회원이 이 오토바이를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며 “오토바이는 압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정 씨의 위폐 유통으로 피해가 생기면서 보상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씨의 경우 범인 검거용 위폐를 오토바이 대금으로 받아 선의의 피해자가 된 셈. 신림8동 오토바이 가게는 현금 470만 원을 주고 산 오토바이를 압수당했다.

통상 위조지폐 피해는 지폐를 위조한 범인이 잡히지 않는 한 위폐를 받은 사람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경찰이 위폐 제작 유통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특수 상황이어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경찰은 보상 책임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양천경찰서 진영근 형사과장은 “우리는 열심히 잡으면 되는 사람들 아닌가”라며 대답을 피했다.

정 씨가 검거되면 박 씨는 정 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700만 원을 받아 낼 수 있다. 정 씨는 위폐임을 알고 사용한 만큼 사기죄와 위폐행사죄가 추가로 적용된다.

한국은행에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은행 측은 “경찰이 자체적으로 만든 위폐이기 때문에 우리는 보상 책임이 없다”며 “수사용 위폐 추가 사용을 자제할 것을 경찰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 경찰청 법무과 관계자는 “박 씨가 경찰의 과실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경찰이 충분한 대책을 세우고 수사했는지에 따라 배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의 위폐 제조 및 유통이 생명에 위협을 받는 인질을 구하려는 긴급 수단으로 인정될 때에는 ‘위법성 조각사유(위법성을 배제하는 사유)’가 인정돼 국가는 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다.

문제가 된 위폐는 인질강도 수사용으로 서울지방경찰청이 2007년 제작한 신권 위폐 12억 원 중 일부다. 한편 경찰은 18일 위폐를 사용한 납치용의자 정 씨에 대해 현상금 500만 원을 걸고 공개 수배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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