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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일 0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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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보다는 주민보상 차원서 건설… 접근성도 의문
울산 울주군의 지난해 12월 현재 인구는 19만여 명.
12개 읍면 가운데 국가공단이 있는 온산읍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농어촌지역인 울주군에는 현재 축구장 등을 갖춘 체육시설이 5곳 있다. 앞으로 4곳에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어서 ‘체육시설 공급 과잉’ 논란이 일고 있다.
▽한산한 운동장=지난달 30일 오후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 ‘간절곶 스포츠파크’. 천연잔디 축구장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채 텅 비어 있었으며 인조잔디로 된 보조구장에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 5명이 공을 차며 놀고 있었다. 228대 주차 규모의 주차장에도 1, 2대의 차량만 주차돼 있을 뿐이었다.
간절곶 스포츠파크는 서생면에 건설 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지원금 등 212억 원으로 2007년 4월 개장됐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두서면 서하리에도 2007년 3월 인조잔디 축구장과 생활체육시설 등을 갖춘 화랑체육공원이 개장됐다. 식수 공급을 위해 대곡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되는 마을의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30억 원을 들여 건설한 것이다.
울주군은 2013년 12월까지 삼남면 교동리 봉화산 일원 31만여 m²에도 잔디구장과 보조구장, 실내체육관 등을 갖춘 울주종합운동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군민 전체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종합운동장 건설의 이유다. 예상 사업비는 700억 원.
또 온양읍과 청량면에도 각각 51억 원과 38억 원을 들여 올 9월과 내년 6월 완공 목표로 체육시설이 지어지고 있다. ‘체육시설이 없는 지역 주민들의 소외감 해소’가 목적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짓는 것이다.
인구가 1923명(887가구)에 불과한 삼동면에도 내년 12월 완공 예정으로 축구장과 실내체육관 등을 갖춘 삼동운동장이 건설된다. 삼동면 주민들이 울산시 종합장사(葬事)시설을 유치하면서 시가 체육시설을 건립해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바쁜데 운동은 무슨…”=울주군의 체육시설은 대부분 원전이나 장사시설, 댐 등 기피시설 건설에 따른 주민 보상 차원에서 건설됐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다.
이 때문에 주로 지역 주민들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야외에서 운동하기 좋은 봄과 가을에는 농사와 어업 등으로 바빠 주민들이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4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간절곶 스포츠파크의 이용자는 개장 첫해인 2007년과 지난해 각각 1만9000명 안팎이었다. 212억 원을 들여 건설된 체육시설의 하루 평균 이용자가 52명에 불과했던 셈.
두서면 화랑체육공원 인근 주민 이모(56) 씨는 “마을 주민을 위해 운동장을 지어 준 것은 고맙지만 주민들에겐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체육시설 관리 문제도 골칫거리다. 울주군은 현재 간절곶 스포츠파크의 잔디구장은 월 1000만 원씩 지급하고 전문 조경회사에 관리를 맡기고 있다. 또 체육시설마다 유급 관리인을 1∼3명씩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 울산지역 시민단체 간부는 “효용성이 별로 없는 곳에 체육시설을 잇달아 짓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라고 밝혔다.
울주군의 올해 예산은 4208억 원(특별회계 431억 원 포함)에 재정자립도는 56.7%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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