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1순위’ 외국인 근로자들 눈물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요즘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으면 재취업이 어려워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기 쉽다. 한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장 바닥을 닦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요즘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으면 재취업이 어려워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기 쉽다. 한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장 바닥을 닦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실직 두달내 재취업 못하면 불법체류자로

국내 노동시장의 한 축을 담당해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경기불황으로 순식간에 ‘구조조정 1순위’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 관악종합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 12월 이곳에 취업 상담을 위해 찾아온 외국인 근로자는 하루 평균 450명이나 됐다.

외국인들이 우선 해고되는 이유는 경기침체로 직장을 잃은 한국인들이 이들이 차지하고 있던 노동시장에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3D’ 업무라 기피했던 일이지만 생계가 급박해지자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 고용주들도 언어 장벽이 없는 한국인을 더 선호한다.

인천 남동구 고잔동 남동공단에서 일하던 필리핀 근로자 파르파(39) 씨는 지난해 12월 24일 갑작스러운 해고 통지를 받았다. 파르파 씨는 “회사가 일감이 줄어들자 외국인 근로자부터 내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외국인 동료 4명도 함께 회사를 떠나야 했지만 한국인 근로자들은 그대로 남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실직 뒤 2개월 안에 재취업하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에 더 절박하다. 남동공단에서 만난 한 베트남 근로자는 “예전에는 일자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두 달 안에 재취업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부분 보험료 몇천 원이 아쉬워 고용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직 뒤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의정부종합고용지원센터의 최기복 소장은 “한국인에게 취업 알선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판에 외국인에게 먼저 일자리를 주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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