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처벌 가능할까’ 법리 논란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허위사실로 공익에 심각한 해악”

“개인생각 펼쳤을 뿐… 처벌어려워”

‘미네르바’ 박모 씨에게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 법조계 등에서는 법리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검찰이 박 씨에게 적용한 법률 조항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지난해 12월 29일 올린 ‘정부가 금융기관의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는 글이 명백한 허위사실이기 때문에 법에 위반된다는 견해다. 허위사실로 여론을 어지럽히고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등 공익에 심각한 해가 됐다는 것.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씨의 글에 일부 다른 사실이 있지만 경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전망을 주로 담고 있기 때문에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당시 기획재정부가 박 씨의 글을 반박하자 박 씨가 곧바로 “실수를 인정한다”는 글을 남기고 글을 삭제, 정정했기 때문에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반면에 영향력이 큰 ‘논객’이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처벌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한 중견 판사는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그 사회적 파급효과와 해악이 크다면 엄한 처벌을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원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의견이 아닌 사실(fact)에 관한 것이면서 고의로 거짓된 내용을 담았을 경우 엄하게 처벌해 왔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서 ‘여대생 사망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에게 법원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치권 역시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이며 신경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미네르바와 신정아의 가면무도회’라는 글에서 “미네르바도, 신정아 씨도 끝없이 거짓과 근거 없는 헛소문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당 이한구 의원은 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번에 체포된 사람이 진짜 미네르바이고, 독학을 해서 그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면 대단한 실력파”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당선되면 주가가 3000이 된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도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해야 하느냐”면서 검찰을 비난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어떻게 정체 숨겼나

▼‘일제시대’ ‘머슴살이’ ‘늙은이’ 운운

증권사서 일한 듯한 느낌 주기도▼

‘미네르바’ 박모 씨는 검찰에 체포되기 이틀 전인 5일 인터넷에 올린 마지막 글에서 자신의 신상에 관해 장문의 글을 썼다.

박 씨는 이 글에서 자신이 30대 중반의 나이에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자산 설계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CNN과 블룸버그를 통해 1997년 외환위기를 다 보고 있었으면서, 단 하나의 회사라도 살릴 수 있었는데도 어머니의 자궁 같은 조국에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참회까지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일어난 1997년에 그는 고교 3학년생이었고, 미국 유학을 가거나 금융기관에서 일한 적이 없다.

그는 다른 글에서는 자신을 ‘고구마를 파는 욕쟁이 늙은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10월 21일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는 “예전 머슴살이 하던 때가 생각난다. 일제시대 때 집집마다 ‘아씨, 아씨’ 하며 따라다니는 애들이 있었는데 이런 것이 없어진 게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다”라며 자신이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비슷한 시점에 “나는 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응용력을 피크까지 끌어올리는 실전 파이팅으로 피 터지게 싸워왔다”고 밝혀 마치 금융이나 증권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박 씨는 “(미국) 본토로 돌아간다” “내일부터 출장을 간다”며 외국을 자주 드나든다는 식의 얘기를 하기도 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