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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31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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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앵커)동아 논평입니다.
‘실종된 정치와 대의민주주의’라는 주제로 이진녕 논설위원의 논평이 있겠습니다.
2008년은 다른 어느 때보다 정치는 무엇이며, 민주주의는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한 한 해였습니다. 정치의 정의는 매우 난해합니다만, 쉽게 풀이하면 국민을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해주는 행위일 것입니다. 그러나 2008년 한 해 국민 여러분은 과연 그러했습니까.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정치란 애당초 이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 각자의 처지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능한 많은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것으로 인류가 고안해 낸 가장 고상한 제도가 바로 대의민주주의입니다. 선거를 통해 국민 다수가 선택한 정치세력에게 일정 기간 나라의 통치를 맡기는 것이죠.
1년 전 국민은 이명박 정권을 선택했습니다. 새 정권이 출범한 첫 해가 2008년이지만, 그 한 해를 국민은 정권이 바뀌었음을 제대로 실감하지도 못한 채 허망하게 보내고 말았습니다. 정치는 실종됐고, 대의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 현장이 바로 국회입니다.
야당은 새 정권이 새로운 일을 해보려는 것을 한사코 가로막고 있고, 정권의 한 축인 여당은 그 일을 제대로 이끌어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권 교체가 새 도화지 위에 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그림이 그려진 도화지 위에 새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초기엔 혼란스럽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칩니다.
어렵고 복잡한 상황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 존재의 이유가 있습니다. 민주주의 정치에서는 대화와 타협도 중요하고, 다수결 원칙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이명박 정권에게 5년간 통치를 맡겼다는 사실입니다.
보기 좋은 그림을 그리든, 그렇지 못하든 그 결과에 대해선 화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겠지만, 일을 맡긴 이상 최소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붓을 빼앗지는 말아야 합니다. 새해엔 실종된 정치와 대의민주주의를 되찾고, 그래서 가능한 많은 국민이 좋아하는 새 정권의 그림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