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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29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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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와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연루된 '친노게이트'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사회부는 친노게이트 특종 보도로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재단이 주관한 제21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부문 '이달의 기자상'을 26일 수상했습니다.
(남) 오늘 이 사건을 취재한 사회부 법조팀 정원수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정 기자와 함께 그 동안 드러나지 않은 이 사건의 취재 비화와 사건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앵커)남: 동아일보가 노건평 씨의 연루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게 언제였나요?
(정원수) 지난달 24일자 보도였습니다. 보도 사흘 전인 지난달 21일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화삼 씨 형제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옛 세종증권을 농협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정 씨 형제가 30억원을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 홍기옥 대표로부터 받았다는 건데, 법조팀은 정 씨 형제가 누구에게 매각 청탁을 했을까 라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맨 처음 떠오르는 인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러나 취재원들은 대부분 "어이없다" "그건 절대 아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취재원이 "동생이 아니라 형이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노건평 씨가 정 회장과 가깝다는 얘기였는데, 순간 봉하대군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그냥 넘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노 씨는 본보 특종 보도 열흘만인 이달 4일 구속 수감됐습니다.
(앵커)여: 그런 제보를 받고도 확인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정) 예. 제보를 바탕으로 지난달 23일, 그날이 일요일이었는데도 밤 11시 경까지 검찰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처음 듣는 얘기다" "보고 받은 바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취재원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취재원과의 오랜 신뢰관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취재였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남: 세종증권 매각에는 노 씨 뿐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보도도 동아일보가 처음이었죠?
(정) 예. 지금으로부터 넉 달 전인 8월20일자에 검찰이 농협의 알짜 자회사인 휴켐스가 박 회장에게 헐값으로 팔린 의혹을 수사 중이라는 내용을 첫 보도했습니다. 9월 중순인가요, 검찰이 아닌 국세청이 이례적으로 박 회장을 출국 금지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법조문을 찾아보니 국세청은 세무조사 도중 탈세액이 2억 이상 확인되는 경우만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얼마 뒤인 11월19일 대검 중수부가 옛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을 압수 수색했는데, 검찰은 "박연차의 'ㅂ'자도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박 회장 관련 수사라는 직감이 들었고, 11월20일자로 박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을 차명으로 사 들였다는 보도를 하게 됐습니다.
(앵커) 여: 박 회장과 노건평 씨가 받은 돈의 액수가 어마어마한데요. 검찰이 밝힌 로비자금 액수가 얼마나 됐죠?
(정) 모두 100억입니다. 로비 자금 액수가 워낙 커져서 검찰 내부에서도 '뇌물 인플레이션'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올 정도입니다.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이 농협 정대근 전 회장에게 50억, 노건평 씨와 정화삼 씨 형제에게 30억 등 모두 80억 원을 사용했습니다. 박 회장은 농협의 알짜 자회사인 휴켐스를 헐갑 인수하기 위해 20억원을 추가로 정 전 회장에게 제공했었습니다.
(앵커)남: 그런데 노 씨가 자신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기사를 많이 써온 동아일보 윤희각 부산주재 기자와 여러 차례 단독 인터뷰를 한 것은 조금 아이러니컬한데요. 왜 그랬나요?
(정)예. 노 씨는 지난달 24일 본보 첫 보도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는 꺼놓고, 지인들의 휴대 전화를 빌려서 언론사 기자 중 유일하게 윤 기자에게만 하루 몇 차례씩 전화를 했는데요, 심지어 중수부에 출석하기 10분전에도 변호사 사무실에게 윤 기자에게 전화를 할 정도였습니다. 이 때문에 부산경남 지역 언론에서는 "윤 기자가 노 씨의 친척이다"라는 헛소문이 나돈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노 씨가 김해시 진영읍 동향인 윤 기자를 다른 기자들보다 신뢰했던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을 공개 비판한 이후 남 전 사장이 투신자살했을 때인 2004년 윤 기자는 사건에 연루된 노건평 씨와 자주 접촉하면서 신뢰를 쌓았다고 합니다.
(앵커)여: 이번 사건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파장이 어디까지 갈 것 같습니까.
(정)박용석 대검 중수부장이 22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에 대하여는 관련자 조사와 자금추적, 회계분석 등으로 계속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정치권 인사의 이름이 수면 위로 오르고, 친노게이트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남: 정 기자, 계속 수고해주세요.(인사)
김현수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