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난타’에너지 가득한 ‘백발의 청춘’

  • 입력 2008년 12월 25일 02시 58분


이달 중순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허리우드극장에서 열린 ‘2008 탑골대동제’에서 노인들이 재활용품을 이용한 음악과 춤으로 열띤 공연을 하고 있다. 이들은 종로구 청춘예술대학에 참여해 지난 3개월 동안 일주일에 2번씩 공연 연습을 했다. 장윤정  기자
이달 중순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허리우드극장에서 열린 ‘2008 탑골대동제’에서 노인들이 재활용품을 이용한 음악과 춤으로 열띤 공연을 하고 있다. 이들은 종로구 청춘예술대학에 참여해 지난 3개월 동안 일주일에 2번씩 공연 연습을 했다. 장윤정 기자
서울 청춘예술대학 올해 첫 졸업식서 공연

어르신들 “나이는 잊고 생활의 활력 되찾아”

“자, 다음 무대는 은몽 청춘예술대학 어르신들입니다.”

“둥두둥 둥둥∼.”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자 재활용품 악기 소리와 함께 어르신들이 관중석 뒤편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산타를 연상시키는 빨간 모자와 잠바를 입고 멋을 낸 어르신들은 생각보다 많은 관중에 당황했는지 살짝 긴장돼 보였다.

하지만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자 그동안의 연습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재활용품을 이용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다양한 소리와 그에 어울리는 몸짓으로 순식간에 관중을 사로잡았다.

종로구의 ‘은몽 청춘예술대학’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렇게 졸업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화려한 공연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 “난타 배우며 에너지 얻어”

이달 중순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허리우드극장의 ‘2008 탑골대동제’ 무대.

연주 순서가 다가오자 ‘은몽 청춘예술대학’ 할머니 할아버지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에게 지도를 해 온 사회적 봉사단체 ‘노리단’ 선생님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개월 동안 일주일에 2번씩 꼬박꼬박 재활용품을 이용한 음악과 몸짓들을 함께 연습해 왔기 때문. 어르신들이 그동안 배워온 것을 잘 펼쳐냈으면 하는 마음에 모두가 진지해졌다.

이제 ‘은몽 청춘예술대학’의 차례. ‘노리단’ 선생님들이 먼저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달궜다. 선생님들의 멋진 축하공연이 힘이 된 것일까. 뒤이어 무대에 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연습 때를 떠올리며 그동안 갈고닦은 솜씨를 유감없이 뽐냈다.

폐플라스틱과 깡통을 두들기고 호스를 불며 음악에 어울리는 모습은 ‘난타’ 못지않았고 후반부에는 관객들의 반응을 느끼며 공연을 즐기기까지 했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시원섭섭한 표정이었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기쁘긴 하지만 이제 수업이 없다는 사실이 섭섭했다.

유지옥(76) 할아버지는 “손자 손녀들하고도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어 항상 외롭다고 느꼈는데 젊은 선생님들과 어울려 난타를 배우면서 슬프고 고독했던 마음이 싹 씻겼다”며 “동심으로 돌아가 웃고 즐기며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이제 졸업이라니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노인을 위한 문화예술프로그램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은 서울시의 ‘9988 어르신 프로젝트’의 하나로 마련된 ‘노인 특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다.

서울시는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노인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연극, 인형극, 음악퍼포먼스 등 18개 프로그램을 9월부터 자치구별로 운영해 왔다. 시와 문화재단은 올해가 ‘꿈꾸는 청춘 예술대학’의 첫해였음에도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 내년에도 이 프로그램을 계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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