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들통나자 사장 살인청부

  • 입력 2008년 12월 20일 02시 59분


4억 빼돌린 철강유통업체 영업부장 구속

경찰 “사장 죽인 뒤 대표이사 취임 노렸다”

회사 물품을 빼돌리다 들키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회사 사장을 살해하려 한 직원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수억 원 상당의 회사 자재를 훔치고 아는 사람을 끌어들여 사장을 살해할 계획까지 세운 혐의(특가법상 절도·살인예비음모)로 철강유통업체 영업부장 김모(37) 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직원들에게 사장 지시라고 속인 뒤 주로 야간 시간을 이용해 올해 1월부터 7차례에 걸쳐 약 4억4000만 원어치의 철강을 빼냈다.

점차 대담하게 물건을 빼돌리던 김 씨의 행각은 물건이 줄어드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사장의 의심을 샀고 결국 올 8월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범행이 들통 나자 김 씨는 사장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김모(36) 씨 등 3명에게 도움을 청했다.

조사 결과 김 씨는 실제 경기 화성시의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이들을 만나 “사장을 살해하면 일단 선수금으로 5억 원을 주고 성공하면 10억 원 더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또 이 자리에서 살해 방법과 시신 유기 계획까지 치밀하게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 씨가 인터넷 도박, 잦은 유흥업소 출입, 주식 투자 실패 등으로 5000만 원가량의 빚을 지게 되자 물건을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김 씨는 사장을 죽인 뒤 회사지분을 차지해 대표이사로 취임할 생각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씨는 이날 “신용카드 빚이 좀 있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도 피해자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범죄 혐의에 대해선 대부분 부인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