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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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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냉장실서 용접작업중 발화 추정
사망자 대부분 20, 30대 젊은 직원
취직 이틀-열흘밖에 안된 희생자들도
경기 이천시의 대형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올 1월 40명이 사망한 이천시 코리아2000 물류창고 화재와 ‘닮은 꼴’의 화재가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일어났다. 두 화재가 일어난 장소는 불과 10km 떨어져 있었으며 발화 지점도 모두 지하 1층의 밀폐된 냉동 창고안이었다.
▽화재 발생 및 피해=5일 낮 12시 10분경 이천시 마장면 장암리 서이천물류센터 지하층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나자 소방관 200여 명, 소방차 50여 대, 헬기 4대가 긴급 출동했으나 거센 바람을 타고 불길이 크게 번지는 바람에 건물 안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소방관들은 오후 3시 45분부터 큰 불길을 잡기 시작해 오후 6시경 대부분 진화했다.
이 불로 물류업체 직원 김준수(28) 씨 등 6명이 숨지고 이현석 씨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화재 당시 창고에서 일하던 입주업체 직원 72명 대부분은 몸을 피했으나 격리된 공간에서 일하던 김 씨 등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화를 당했다. 시신은 이천시내 효자원 장례식장과 이천의료원으로 옮겨졌다.
창고 지하 1층에서 작업 중이던 김모(30) 씨 등 2명은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물류창고는 완전히 불에 타고 일부가 붕괴됐으며 창고 안에 보관 중이던 각종 물품도 전소돼 최소 수억 원대의 피해가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방재청 중앙구조대 소속 김진태(45) 소방관이 천장에서 떨어진 파편에 얼굴을 맞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당국은 붕괴 우려와 강추위 때문에 오후 8시 실종자 수색작업을 잠정 중단하고 6일 오전에 재개하기로 했다.
김 씨의 작은어머니는 “군 복무 중 결혼한 조카가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전역하자마자 쉬지도 않고 직장을 구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당초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한 가닥 희망을 가졌던 김준수 씨 가족은 김 씨가 끝내 숨진 채 발견되자 오열했다. 소식을 듣고 충남에서 올라온 김 씨의 어머니는 차마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지 못하고 이천의료원 안치실 밖에서 하염없이 통곡했다.
김 씨의 회사 동료는 “회사에 취직한 지 열흘 정도밖에 안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찰 수사=불이 난 물류창고는 대지면적 2만9957m²에 건축면적 1만1919m²로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면적은 4만968m² 규모다.
지하층은 GS리테일의 택배 업무를 맡고 있는 남강로지스틱스가, 지상 1, 2층은 물류회사인 로지스올인터내셔널이 임차해 사용 중이며 주로 육류와 과일류 어류 등을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당시 물류창고 지하층 냉장실에서 문을 수리하기 위해 용접작업을 했으며 이 지점에서 최초 불이 발생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주목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시신은 용접을 했던 냉장실 근처에서 1구가, 맞은편의 냉장실에서 5구가 발견됐다. 경찰은 인부 5명이 냉장실 셔터가 내려진 상태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화재 사실을 아는 바람에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용접 인부 2명을 불러 정확한 화인과 함께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 소방시설 구비 여부와 인허가 과정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다.
▽사망자 및 실종자 명단
△경장수 △손성태 △정원 △김웅원 △김준수 △김태영 △이현석(실종자)
이천=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