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성씨, 25개월만에 아파트 반환”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소파-오디오 등 가재도구까지 받아”

檢, 李씨 체포… 7300여만원 수뢰 혐의 추가 포착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노승권)는 이주성(59) 전 국세청장이 건설업자로부터 73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전 청장은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했으며 검찰은 이 전 청장을 체포한 상태에서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청장에 대해 곧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현직 국세청장 신분으로 인사 청탁 비리 혐의로 구속됐던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 이어 그 전임자였던 이 전 청장도 사법처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전세 입주 아파트의 가재도구 받아=검찰이 포착한 뇌물수수 혐의는 이 전 청장이 국세청장 재임 때인 2006년 3월경 진양건설 대표 기세도(50) 씨로부터 외제 소파와 오디오, 침대 등 5800만 원 상당의 가재도구를 받았고 국세청장 재임 기간에 명절 때마다 세 차례에 걸쳐 기 씨에게 선물 리스트를 건네고 15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전 청장은 2006년 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파트를 10억1500만 원에 팔고 기 씨 소유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H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다. 보증금은 10억 원이었다. 이때 기 씨는 이 아파트의 가재도구를 갖춰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이 평소 건설 공사 수주에 도움을 주는 등 기 씨의 뒤를 봐준 대가로 가재도구와 선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포괄적 뇌물수수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로비 대가 아파트, 퇴임 후 돌려줘=이 전 청장이 대우건설 인수 로비 대가로 프라임그룹으로부터 서울 강남의 19억 원짜리 고급아파트를 받았다가 돌려준 과정은 여러 차례의 복잡한 경로를 거쳤다.

‘기 씨가 프라임그룹 계열 저축은행에서 20억 원 대출→19억 원짜리 아파트 구입→이 전 청장 지인인 대기업 부사장 허모 씨 처남 명의로 소유권 등기→대우건설 인수 실패→허 씨 장인이 14억 원에 아파트 매입하는 방식으로 반환’이라는 과정을 거친 것. 이 전 청장으로서는 이 아파트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은 셈이다.

이 전 청장은 2006년 2월 이 아파트를 받았다가 국세청장 퇴임 후 1년 9개월 만인 올해 3월 돌려줬다.

이 전 청장은 처남을 동원해 아파트 소유권 명의를 빌려준 허 씨가 퇴임 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돌려주자”고 하자 처음에는 거부했으나 결국 19억 원짜리 아파트를 허 씨 장인 이름으로 14억 원에 되사 이를 기 씨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검찰은 이날 허 씨를 체포해 이 전 청장에게 명의를 빌려준 경위와 아파트 매입 매각 과정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 혁신을 강조했는데 국세청장이 조세행정을 혁신한 게 아니라 돈 받는 방법을 혁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구속된 이강철 前수석 측근

‘이씨 자금관리인’ 여부 수사▼

KT와 KTF의 납품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갑근)는 이강철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보좌관을 지낸 노모(49·수감 중) 씨가 이 전 수석의 자금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노 씨는 이 전 수석이 대구 동을 지역구의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을 당시인 2005년 10월경 조영주(수감 중) KTF 사장으로부터 대구 동구 동촌동 소재의 모 호텔에서 5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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