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교육행정 발목잡아선 안돼”

  • 입력 2008년 11월 6일 02시 58분


서울시교육청, 3개 교원노조에 단협 해지 통보

정책 - 인사간섭 배제한 단협 추진

노조간 찬반 갈려… 교섭 쉽지 않을듯

서울시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과의 단체협약 전면 해지를 통보함에 따라 학교장의 학교운영 자율권을 제약하는 등의 독소조항이 폐지될 것으로 보여 일선 학교 현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에 이어 충북도교육청도 전교조에 단협 갱신을 요구하고 있어 다른 시도교육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왜 전면 해지하나=시교육청이 단협 전면 해지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무엇보다 현재의 단협이 정상적인 교육정책 집행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교조는 10월 전국에서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집학교에서만 실시한다’는 단협 조항을 내세우며 평가를 거부했다.

시교육청은 또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습능력을 저하시키는 것도 현재 단협 조항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사가 자율적으로 학습지도안을 작성하고 별도의 결재를 받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장은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어떤 과목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일부 교사는 학기 중에도 학습지도안을 작성하지 않고 있다. 또 ‘출퇴근기를 폐지한다’는 규정 때문에 교장은 교사의 출퇴근 시간에 대해서도 간섭할 수 없는 것이 현장의 실상이다. 방학 때는 ‘방학 중 근무교사를 배치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는 조항에 밀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사 대신 교감이 교대로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교장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 역시 ‘전보유예, 전입요청, 전보 우선순위 결정 시 학교가 교사들과 협의해 인사자문위원회를 구성한 뒤 결정하도록 한다’는 조항 때문에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원노조법에 정한 활동 범위를 초과하는 범위까지 단협에 포함시킨 것은 시교육청 책임”이라며 “교원지위법, 교원노조법 등 교원단체 간 이원화된 법령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내년 6월 효력이 상실되는 현재의 단협을 대체하는 협상을 할 때는 교육정책과 교원 인사 등은 단협 대상이 아닌 만큼 제외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시교육청은 또 단협 개정 사유를 교원노조에 충분히 설명한 만큼 앞으로는 단협 개정 협상에만 응하기로 했다.

▽전교조는 반발=전교조 등 교원노조가 시교육청과 새로운 단협에 나서려면 3개 교원노조가 먼저 교섭위원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교원노조 간에 공동교섭단 구성과 단협 안건 등에서 견해차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전교조 서울지부는 “노동조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시교육청의 일방적인 행위”라고 비난한 반면 서울자유주의교원조합은 “교육경쟁력 강화로 교육 선진화를 달성하겠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내년 6월 1일 현재 단협 효력이 상실된 후 학교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근로조건과 직접 관련이 있는 단체협약 내용은 효력 상실 이후에도 최대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전교조 등 ‘국제중 반대’ 헌법소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서울 국제중 설립과 관련해 75개 시민단체가 서울시교육청의 특성화중 지정·고시에 대해 헌법소원과 특성화중 지정·고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청구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75개 시민단체는 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중 설립으로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 △의무교육 무상원칙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국제중 설립은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에서 수업료를 내는 유상교육 제도를 인정한 것이고 이는 법률에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교육제도 법률주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국제중 지정으로 야기되는 무한경쟁과 사교육 고통, 중학교 서열화, 가난에 따른 차별교육 등의 문제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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