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아이 때부터 배워야죠”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3시 03분


6년 전 중국에서 온 결혼이민자 김명애 씨(왼쪽)가 유창한 한국어로 중국 문화와 역사를 어린이집 어린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 씨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사진 제공 구로구
6년 전 중국에서 온 결혼이민자 김명애 씨(왼쪽)가 유창한 한국어로 중국 문화와 역사를 어린이집 어린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 씨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사진 제공 구로구
“중국의 음식문화는 정말 다양해서 ‘중국인은 네 발 달린 것 중에 책상 빼고는 다 먹는다는 말도 있어요.”

“선생님, 그러면 중국 사람들은 무당벌레도 먹어요? 선생님도 무당벌레 먹는 거예요?”

일일 선생님 김명애(중국명 진밍아이·32) 주부가 유창한 한국어로 중국의 음식 문화를 설명하자 사방에서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질문이 이어졌다.

지난여름을 달궜던 베이징 올림픽의 기억 때문인지 어린이들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야구 금메달 이야기를 소곤거리다 수업이 진행되자 다시금 김 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편견 없이 다른 문화 배워요”

22일 찾아간 구로구 가리봉동 ‘밝은 어린이집’ 해님반.

옹기종기 모여 앉은 18명의 6, 7세 어린이들은 처음에는 빨간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입은 중국인 선생님을 조금은 어색해했다. 하지만 그가 중국 역사부터 간단한 중국어까지 차근차근 설명하자 다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수업에 푹 빠져들었다.

낯선 중국어도 금세 익혔다.

“아까 전에 선생님이 중국어로 인사말을 가르쳐줬죠. 뭐였지요?” “니하오!”

중국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친숙한 멜로디의 동요 ‘두 마리 호랑이’를 율동과 함께 가르쳐주자 아이들은 신바람이 났다. 낯선 중국어 노래를 부르면서 율동도 곧잘 따라했다.

마지막으로 중국 전통의상을 입어 보는 시간. 친구들을 물리치고 치파오를 입어 본 조수현(5) 어린이는 옷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수업이 어땠느냐고 묻자 “재밌었어요. 옷도 예뻐요”라고 말했다.

어느덧 수업을 마쳐야 할 때. 김 씨와 아이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짜이젠(안녕).”

김 씨는 결혼을 해 한국에 온 지 6년째로 현재 여섯 살 된 딸이 있는 결혼이주여성이다. 집에서 살림만 하다가 이렇게 아이들에게 중국 문화를 알리는 수업을 하게 되니 뿌듯하다.

“나도 뭔가 사회활동을 하고 있구나 싶어 자랑스럽고 또 아이들이 중국 문화를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걸 보면 보람도 있죠. 한국도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는데 어릴 적에 이렇게 다른 나라 문화를 받아들인다면 커서도 쉽게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밝은 어린이집 안혜리 원장은 “가리봉동에 중국에서 온 결혼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그들의 자녀도 많은 편”이라며 “아이들이 결혼이주민이나 그 자녀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이민자들 어린이집 돌며 아시아 문화 알려

구로구는 관내 화원종합사회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이같이 결혼이민자들이 어린이집을 순회하며 사회, 문화, 언어를 소개하는 ‘아시아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민 온 아시아 5개국(베트남 일본 중국 필리핀 몽골) 결혼이민자들이 직접 선생님으로 나섰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어린이집들의 반응은 뜨겁다. 구립만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으려 했으나 민간을 포함해 36개 어린이집에서 신청이 들어왔다. 구는 12월까지 이들 어린이집을 순환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이 프로그램을 초등학교까지 확대해 운영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구로구는 등록 외국인 수만 2만8000여 명으로 영등포구 용산구와 함께 서울에서 외국인 거주가 많은 구로 꼽힌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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