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이혼 요구에 범행, 日서 식당 종업원 등 전전

  • 입력 2008년 10월 27일 02시 58분


서울 노원경찰서는 1999년 부인과 아들을 살해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일본으로 도피해 9년 가까이 숨어 지내다 국내로 송환된 전 서울 S대 교수 배모(45) 씨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2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본보 25일자 A10면 참조
처자 살해 용의자 前교수 9년만에 검거

경찰은 배 씨의 내연녀인 박모(38·여) 씨에 대해서도 범인 도피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 씨는 1999년 12월 31일 오전 7∼8시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한 채 부인 박모(당시 32세) 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박 씨가 거세게 반발하자 박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다.

배 씨는 부인이 숨지자 아들(당시 6세)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놀이터 등지를 돌아다니다 오후 3∼4시 집으로 돌아와 아들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숨지게 했으며 범행 사실을 감추기 위해 부인과 아들의 시신에 식용유를 뿌려 불을 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배 씨는 범행 다음 날 일본으로 건너가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던 내연녀에게 부인과 아들을 살해한 사실을 털어놓은 뒤 3, 4일 후 국내에 함께 들어와 대출 등으로 1억3000만 원가량의 도피 자금을 마련해 일본으로 다시 건너간 것으로 밝혀졌다.

배 씨는 일본에서 식당 종업원과 주방장 등을 전전하면서 숨어 지냈으며 최근 다른 사람 명의로 소규모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다 현지 경찰에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적발돼 24일 국내로 송환되면서 도피생활을 마무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배 씨와 내연녀 박 씨는 1992년 대학원 조교와 입학 준비생 사이로 처음 만났으며 1994년 박 씨가 일본에서 유학 중일 때 배 씨가 출장을 갔다가 본격적으로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이후 수년간 내연관계를 유지해오던 박 씨가 배 씨에게 이혼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배 씨는 부인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 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후회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연방 눈물을 흘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