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애인 구타 잡아떼던 경찰 사실 확인되자…

  • 입력 2008년 10월 15일 20시 32분


경찰이 장애인을 폭행한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거액의 합의금을 건네는 과정에서 상부의 지시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본보 취재과정에서 경찰 관계자들은 사건을 감추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관할 당곡지구대 소속 김모(43) 경사 등 경찰관 4명에 대해 피의자 폭행 혐의로 직무고발 및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절도 혐의로 입건된 지체장애자(3급) 서모(43) 씨가 신분 확인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구대 안에서 폭행한 뒤 14일 8000만 원의 합의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대 관계자는 "당시 서 씨가 지체장애인인 줄 모르는 상황에서 옆에 서있던 절도 피해자가 '멀쩡한데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말해 홧김에 폭행을 한 것 같다"며 "폭행 가담자 4명 중 김 경사만 직접적인 폭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지구대에는 3~4명의 경찰관이 더 있었지만 폭행을 제지하지 않았다.

관악서 관계자는 "국정감사 시기인데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민생치안을 강조하는 시점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져 '속전속결'로 조용히 처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이 거액의 합의금을 준 데에는 이같은 내부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폭행에 가담한 경찰관들은 상부에 진상을 보고하지 않고 사건을 무마하느라 시간을 지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찬식 당곡지구대장은 "가족들이 관악서 청문감사관실을 찾아온 이달 9일에야 부하들의 폭행사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14일 본보가 취재를 시작하자 관악서 주요 간부들은 사건을 숨기는 데만 급급했다. 이날 관악경찰서장은 물론 수사과장과 형사과장 모두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심지어 장애인이 입건된 사실조차 없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본보가 피해자의 이름 등을 밝혀내자 일부 간부는 "같은 조직원으로서 감싸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장성원 수사과장은 "서 씨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서 씨 어머니는 이날 오후까지 전화를 받았으며, 저녁부터 갑자기 전화를 결번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관악서는 15일 폭행 경찰관들을 불러 진술을 받았으며, 지구대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자료 등을 검찰에 넘기고, 형사처벌과 별도로 징계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김상운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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