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수유 엄마들 “멜라민 직접 검사하겠다”

  • 입력 2008년 10월 5일 16시 32분


"원료에서는 나왔는데 완제품에서 안 나왔다고? "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멜라민이 검출된 뉴질랜드산 락토페린으로 제조한 국내 분유에서는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하자 엄마들은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락토페린은 면역력을 증강시키려고 분유 등에 사용되며 0.003¤0.07%의 비중을 차지한다. 분유에 소량이 사용되다보니 락토페린에 멜라민이 있더라도 극소량이어서 검출되지 않을 수 있는 것.

그러나 분유는 체중 10㎏ 미만의 아기들이 매일 먹는다는 점에서 엄마들은 극소량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며 쉽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락토페린이 주로 '청정 분유' '유기농 분유'로 팔리는 비싼 프리미엄 분유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엄마들은 더욱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 "아이가 매일 먹는 주식인데…"

천모(31·강서구 가양동) 씨는 생후 한 달된 아기에게 모유와 분유를 혼합 수유하고 있다. 아기가 먹는 양에 비해 모유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유 원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가능하면 모유를 먹이려고 한다. 아기가 배고파서 울어도 차마 분유를 탈 엄두가 안 난다.

"처음 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에 밤잠을 이루지 못 할 정도로 무서웠다. 분유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천씨는 직장에 복귀하면서 모유를 끊어야 될 일이 벌써부터 고민이다.

생후 9개월 된 아기를 둔 정모(34·성남시 분당구) 씨는 멜라민 파동 이후 분유를 바꿨다. 국내 분유도 멜라민이 검출된 뉴질랜드 회사의 원료를 썼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듯한 충격을 받았다.

정씨는 "모유를 많이 먹이지 못한 것도 가슴 아픈데 멜라민을 먹였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펑펑 났다"며 "과자는 기호 식품이지만 분유는 대안이 없는데 분유를 가장 먼저 검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과자의 경우 137ppm의 멜라민의 나온 해태 '미사랑 카스타드'는 체중 30kg의 어린이가 해당 제품(5.5g) 20개를 매일 평생 먹어야 부작용이 생기는 수준이라고 식품 당국은 밝혔다.

하지만 분유는 아기의 주식이기 때문에 체중 5~10kg의 아기가 하루 1000cc까지 먹는다. 엄마들의 불안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 성분 검사 직접 의뢰하기도

식약청 검사 결과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엄마들은 사비를 털어서 직접 성분 검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인터넷 카페에는 '식품공업검사협회' 등 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기관과 비용에 관한 정보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엄마들은 특정 제품별로 모여 공동으로 분석을 의뢰하기도 한다.

이모(33·서울 용산구) 씨는 이제 갓 돌 지난 아기를 떼어 놓고 직장에 다니는 것을 이렇게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초유 성분이 들어있거나 모유에 가깝다는 '프리미엄 분유'를 먹였는데 비싼 돈 주고 멜라민을 먹인 것은 아닌가 가슴이 철렁하다. 이씨는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엄마들과 N분유 성분 검사를 의뢰할 작정이다. 같이 산후조리를 한 엄마들은 분유회사에서 판촉용으로 공급한 N제품을 계속해서 먹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성분 검사를 안 하자니 마음이 안 놓이고 성분 검사를 하자니 아기 키우기 이렇게 힘들어서야 되나 싶어 화가 난다"면서 "먹을거리만큼은 안심하고 먹게 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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